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특정 흥행영화의 상영관 독점을 막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장관은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스크린 상한제가 필요하다”며 “구체 방안을 국회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당정의 추진 방안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영비법)’ 개정안으로, ‘6편 이상 동시상영 하는 복합상영관은 오후 1~11시 프라임 시간대에 같은 영화를 총 상영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외 대작 개봉 때마다 스크린 독점 시비가 일었지만, 오늘 개봉하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 새삼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영화는 티켓 예매만 200만 장(예매율 96.8%)이 넘었고, 전국 스크린의 90%가 넘는 2800여 개를 잡았다. 전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 첫 주말 스크린 점유율(77.4%) 기록을 가볍게 넘겼다. 문체부도 이 점을 의식한 것이다.

스크린 독점 문제는 국내 영화시장의 오래된 ‘뜨거운 감자’다. 자본력이 취약한 영화계는 기대가 큰 반면 극장들은 운영 차질을 우려한다. ‘스크린 싹쓸이를 막아 관객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과 ‘비수기와 평일에 극히 저조한 좌석판매율을 보충하려면 집중 상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하지만 영화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관객들은 국내 영화시장을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대결장(場)이 아니라 ‘보고 싶은 영화’와 ‘보기 싫은 영화’로 구분한다. 영화를 보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할리우드 대작이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바로 내려지는 게 보통이다. 영화 다양성은 콘텐츠의 질에 달려있는 것이지 스크린 상한제로 규제한다고 확보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특정 장르 영화가 흥행되면 판박이 유사품이 쏟아지는 쏠림이 더 다양성을 해치는 측면도 있다.

섣부른 스크린 상한제는 자칫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보호할수록 한국영화는 관객이 외면하는 열등재였지만, 스크린쿼터를 축소하자 ‘1000만 영화’가 쏟아지는 제2 중흥기를 맞았다. 이른바 ‘스크린쿼터의 역설’이다. 관객들은 정부가 영화 상영까지 이래라저래라 강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스크린 상한제는 재고(再考)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