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 온라인판매 무산…도수 낮은 돋보기만 팔라고?
소비자가 인터넷 등을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던 정부의 규제개혁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면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안과 의사들의 권고를 반영해 기존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낮은 도수의 돋보기와 도수가 있는 수경을 인터넷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인터넷에서 +3 디옵터 이하 도수의 돋보기 등을 살 수 있게 된다. 콘택트렌즈는 인터넷 판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터넷 판매가 허용돼도 소비자가 해외사이트에 접속해 직접구매(직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콘택트렌즈 온라인판매 무산…도수 낮은 돋보기만 팔라고?
복지부는 그동안 콘택트렌즈 인터넷 판매 등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일회용 콘택트렌즈 등은 도수만 알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편의를 위해 인터넷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 해외에는 없는 규제다.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이를 규제개혁 과제로 포함했다. 하지만 안경사 등의 반대에 막혀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복지부 결정의 근거가 된 것은 현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콘택트렌즈 매출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10~30대 여성 각막염 환자 증가세는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삼은 것은 그해 말 의료기사법이 개정되면서 안경사가 개설한 안경업소가 아니면 콘택트렌즈를 판매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판매가 금지된 것도 이때다.

이를 토대로 인터넷 판매 금지가 눈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도 한계는 있다. 콘택트렌즈 때문에 생긴 실제 각막염 환자를 조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판매를 금지한 뒤 온라인 해외직구 사이트 구매가 증가했고 콘택트렌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등 소비 행태가 바뀐 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콘택트렌즈업계는 복지부 결정에 실망의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안경사나 안과의사에게 1차 검안을 받은 사람은 이 결과를 가지고 온라인에서 콘택트렌즈를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는 엄격하게 관리하되 유통은 풀어주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콘택트렌즈는 기성제품을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을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유통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