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에 이어 참이슬 가격도 오른다. 업계 1위 제품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2, 3위 제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술값을 인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주세법 개정에 따른 선제적 대응, 창고 선점을 통한 경쟁사 신제품 견제 등 복잡한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스 이어 참이슬 가격 인상…숨은 전략은
소주 시장 1위 하이트진로는 5월 1일부터 참이슬 출고가를 6.45% 올린다고 24일 발표했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360mL)의 공장 출고가가 병당 1015.7원에서 1081.2원으로 65.5원 뛴다. 2015년 11월 가격 인상 이후 3년6개월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진로가 도수를 낮추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가 상승 외에 다른 전략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도수를 계속 낮추고 있다. 지난해 4월 참이슬 후레쉬 도수를 17.8도에서 17.2도로 내렸다. 지난달에는 이를 다시 17도로 낮췄다. 도수가 낮아지면 소주 원재료인 주정 투입량이 준다.

그래서 가격 인상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세법 개정이라는 변수를 앞에 두고 가격을 과감히 올린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이를 L당 알코올 비율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꾸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소주는 지금보다 세금을 약 10% 더 내게 된다. 가격을 또 올려야 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소주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에서 세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세금 인상 없는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창고 선점이다. 5월 1일부터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도매상들은 차익을 노리고 사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다른 소주를 들여놓을 여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창고 선점 전략은 오비맥주도 활용했다. 맥주 시장 1위인 오비맥주는 이달 초 ‘카스’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다. 지난달 21일 경쟁사 하이트진로가 맥주 신제품 ‘테라’를 내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비맥주가 카스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주류 도매상들이 오비맥주 사재기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매상이 보유한 창고는 한정적이어서 카스를 미리 사면 테라를 들여놓을 공간이 줄어든다”며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은 강력한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