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대란 대책이 고작…"선물 줘서 주주 모셔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위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
주총시즌 5~6월로 분산
슈퍼 주총데이 사라질 듯
주총시즌 5~6월로 분산
슈퍼 주총데이 사라질 듯
3월 말에 집중된 상장회사 정기 주주총회가 5~6월로 분산된다. 개인 주주의 주총 참석을 독려하기 위한 기념품 등 인센티브 제공도 허용된다. 하지만 올초 상당수 기업의 주총 안건 부결 사태를 초래한 ‘의결 정족수 제한’은 그대로 둔다. ‘주총대란’의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가 24일 발표한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주총 소집 통지 때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주총 소집 통지 시한도 주총 전 2주에서 4주로 늘어난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이 3월 말~4월 초인 점을 고려하면 주총은 일러야 4월 말 열리며, 대부분 5~6월로 분산된다. 특정 시기에 주총을 열 수 있는 기업 수도 제한된다. 특정일에 주총이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는 더 쉬워진다. 상장사가 증권사에서 주주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 주총 참석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주총 참석자에게 기념품 등 소정의 보상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
금융당국의 발표에도 상장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주총대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온 의결 정족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에 따라 의결 정족수(발행 주식 총수의 25%)를 채우지 못해 올초 상당수 기업이 주총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법무부 등과 공청회를 열어 상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알맹이 빠진 금융위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3%룰·정족수 완화 없인 주총대란 지속"
금융위원회가 24일 내놓은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에 기업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올초 ‘주총대란’을 초래했던 가장 큰 원인인 의결 정족수 완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다. 국회와 법무부의 상법 개정이 뒤따라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는 올해 사상 최대였던 주총 안건 부결 기업 수가 내년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알맹이 빠진 대책”
금융당국 대책에는 기업들의 주총 소집과 관련해 ‘깨알 규제’를 해소한 것들이 제법 있긴 하다. 매년 3월 말에 몰리는 주총 시즌을 5~6월로 분산해 사업연도가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주총을 준비해야 하는 고충을 덜어준 것이 그런 사례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이메일 주소 이용 가능, 전자투표 참여 요건 완화, 기념품 등 인센티브 제공 허용 등도 반길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상장사들 불만은 여전하다. 이메일로 주총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지만 모든 주주가 이메일을 확인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일반 직장인들은 업무시간에 주총이 열리기 때문에 전자투표 인증 방식이 다양해지고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해도 참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올해부터 전자투표가 시행됐음에도 의결 요건인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25%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주총 안건이 부결된 기업 수가 대폭 증가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을 연 1994개 상장사 중 183개사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주요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일몰로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폐지된 여파가 컸다. ‘3%룰’ 부담도 여전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3%룰’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배주주 의결권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나머지 주주들의 참석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져서다. 상장사협의회는 내년 주총 안건이 부결되는 상장사가 230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상법을 개정해 의결 정족수 기준을 낮출 것을 주장해왔다. 3%룰을 개정하거나 주총 안건 의결요건을 출석주식의 과반으로만 정하자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상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이번 대책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2017년 11월 권선동·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결 정족수 완화 안건을 발의한 이후 국회에선 1년5개월 넘도록 방치돼있다. 상법 개정 권한을 가진 법무부도 부정적이다.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주총 시기를 분산시킨다고 해도 참석할 수 없는 소액주주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상법을 고쳐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원 선임요건은 강화
이사·감사 등 임원 선임과 관련한 규제는 한층 강화된다. 상장사들은 앞으로 주총에 임원 선임 안건을 올릴 때 후보자의 전체 경력을 의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세금 체납사실, 부실기업 경영진 근무 여부 등도 적어야 하며 후보자가 자필로 서명해야 한다. 사외이사는 독립적 직무수행 계획서와 이사회 추천 이유도 함께 기재해야 한다. 지금까진 후보자 직업과 약력만 간단히 서술했다.
전년도 이사에게 지급한 실제 보수총액도 주총 소집통지 참고서류에 공개된다. 지금까지 해당 정보는 주총 이후 공시되는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상장회사 관계자는 “기업들은 주총 준비를 위해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며 “의무적으로 공시할 내용이 늘어난 것은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오형주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금융위원회가 24일 발표한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주총 소집 통지 때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주총 소집 통지 시한도 주총 전 2주에서 4주로 늘어난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이 3월 말~4월 초인 점을 고려하면 주총은 일러야 4월 말 열리며, 대부분 5~6월로 분산된다. 특정 시기에 주총을 열 수 있는 기업 수도 제한된다. 특정일에 주총이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는 더 쉬워진다. 상장사가 증권사에서 주주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 주총 참석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주총 참석자에게 기념품 등 소정의 보상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
금융당국의 발표에도 상장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주총대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온 의결 정족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에 따라 의결 정족수(발행 주식 총수의 25%)를 채우지 못해 올초 상당수 기업이 주총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법무부 등과 공청회를 열어 상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알맹이 빠진 금융위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3%룰·정족수 완화 없인 주총대란 지속"
금융위원회가 24일 내놓은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에 기업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올초 ‘주총대란’을 초래했던 가장 큰 원인인 의결 정족수 완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다. 국회와 법무부의 상법 개정이 뒤따라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는 올해 사상 최대였던 주총 안건 부결 기업 수가 내년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알맹이 빠진 대책”
금융당국 대책에는 기업들의 주총 소집과 관련해 ‘깨알 규제’를 해소한 것들이 제법 있긴 하다. 매년 3월 말에 몰리는 주총 시즌을 5~6월로 분산해 사업연도가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주총을 준비해야 하는 고충을 덜어준 것이 그런 사례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이메일 주소 이용 가능, 전자투표 참여 요건 완화, 기념품 등 인센티브 제공 허용 등도 반길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상장사들 불만은 여전하다. 이메일로 주총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지만 모든 주주가 이메일을 확인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일반 직장인들은 업무시간에 주총이 열리기 때문에 전자투표 인증 방식이 다양해지고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해도 참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올해부터 전자투표가 시행됐음에도 의결 요건인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25%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주총 안건이 부결된 기업 수가 대폭 증가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을 연 1994개 상장사 중 183개사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주요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일몰로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폐지된 여파가 컸다. ‘3%룰’ 부담도 여전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3%룰’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배주주 의결권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나머지 주주들의 참석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져서다. 상장사협의회는 내년 주총 안건이 부결되는 상장사가 230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상법을 개정해 의결 정족수 기준을 낮출 것을 주장해왔다. 3%룰을 개정하거나 주총 안건 의결요건을 출석주식의 과반으로만 정하자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상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이번 대책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2017년 11월 권선동·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결 정족수 완화 안건을 발의한 이후 국회에선 1년5개월 넘도록 방치돼있다. 상법 개정 권한을 가진 법무부도 부정적이다.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주총 시기를 분산시킨다고 해도 참석할 수 없는 소액주주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상법을 고쳐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원 선임요건은 강화
이사·감사 등 임원 선임과 관련한 규제는 한층 강화된다. 상장사들은 앞으로 주총에 임원 선임 안건을 올릴 때 후보자의 전체 경력을 의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세금 체납사실, 부실기업 경영진 근무 여부 등도 적어야 하며 후보자가 자필로 서명해야 한다. 사외이사는 독립적 직무수행 계획서와 이사회 추천 이유도 함께 기재해야 한다. 지금까진 후보자 직업과 약력만 간단히 서술했다.
전년도 이사에게 지급한 실제 보수총액도 주총 소집통지 참고서류에 공개된다. 지금까지 해당 정보는 주총 이후 공시되는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상장회사 관계자는 “기업들은 주총 준비를 위해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며 “의무적으로 공시할 내용이 늘어난 것은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오형주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