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그리스·이탈리아 정상들 포럼 참석…추가 합류 국가 나올수도

중국 베이징에서 25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앞두고 유럽과 중국의 관계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고 AFP통신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독일, 프랑스 등 중국을 경계하는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과 달리 일부 EU 국가들이 '대오'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EU 회원국이면서도 EU에 반발해온 동유럽 국가들과 막대한 부채 때문에 경제적으로 코너에 몰린 국가들은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 정상들이 직접 참석한다.

주요 유럽 국가들은 장관급 인사를 참석 명단에 올렸지만, 헝가리와 이탈리아, 그리스, 오스트리아는 총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1, 2위로, 경제적 이유로 일대일로에 참여하며 중국이 내민 손을 잡았다.

EU 창립 멤버이자 EU 역내에서 경제 규모로 3위인 이탈리아는 지난달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한 자리에서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하자 미국과 EU는 중국이 이탈리아를 지렛대 삼아 유럽을 경제적으로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며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中 거침없는 일대일로에 EU '단합' 다시 시험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원의 마이클 창은 "이탈리아 사례는 (포퓰리즘) 정부가 EU를 모욕한 것 이상 의미가 있다"며 "회원국들이 일대일로로 EU나 다른 회원국을 압박하려 한다면 중국은 그 상황을 매우 좋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U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벌이다 여당 피데스가 유럽의회 교섭단체에서 자격 정지를 당한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도 유럽의회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베이징을 찾는다.

페테르 시야트로 헝가리 외무장관은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중국과 헝가리의 교역을 확대하고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 경제에 공헌한 중국 투자자들과 기업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우파 민족주의 정부가 장기간 집권한 헝가리는 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을 거부하며 EU 집행부는 물론 독일, 프랑스 등 EU 주요 국가들과도 날을 세우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유럽 순방에 이어 이달 초 유럽을 찾았던 리커창 중국 총리는 크로아티아에서 12개 EU 국가와 5개 서부 발칸 지역 국가들이 참여한 '17+1' 회의에 참여해 일대일로를 홍보했다.

필리프 르그랭 런던 정경대 교수는 "이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때때로 프랑스, 독일 같은 국가들로부터 '이등 국가'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한 나라들은 세르비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국가와 그리스, 포르투갈 등 10여 개국이지만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합류 국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FP통신은 2년 전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열렸을 때는 유럽 국가들이 힘을 합쳐 중국의 계획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드물게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