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韓경제 성장률 -0.3%…수출 부진 속 정부 돈 덜 풀자 '금융위기 후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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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역(逆)성장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0.3%(직전 분기 대비)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수출과 투자가 함께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지출이 주춤하자 1분기 경제 성장률이 금융시장의 예상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 이에 올해 한국은행이 제시한 성장률 연 2.5% 달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분기 한국경제 성장률 -0.3%…"시장 예상치 대비 '쇼크' 수준"
1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가 금융시장의 예상을 큰 폭으로 밑돈 -0.3%를 기록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예상치(0.3%)와 비교해 "쇼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의 2019년 1분기 실질 GDP(속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다.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0.2%) 이후 5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8%로 집계됐다. 2009년 3분기(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전 분기와도,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약 10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치다.
수출이 감소하고 설비 및 건설 투자가 감소로 전환한 타격이 컸다. 직전 분기보다 수출이 -2.6%, 수입이 -3.3%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10.8%, 건설투자도 -0.1%로 집계됐다. 특히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지난해 각각 1.6%, 4.0%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8년 1분기(-24.8%)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투자 역시 7.4% 추가로 줄었다.
수출은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 및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입은 기계 및 장비, 원유·천연가스 등 광산품을 중심으로 줄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투자는 주택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드는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1.0%)을 뒷받침했던 정부 지출 효과가 사라진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민간소비와 정부 소비 지출이 직전 분기보다 각각 0.1%,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늘었다. 민간소비 중 의료를 비롯한 서비스와 의류 등 준내구재는 소비가 줄었지만, 가전제품 등 내구재가 늘었다.
업종별로 제조업이 직전 분기보다 2.4% 감소해 2009년 1분기(-4.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이 7.3% 줄었다. 건설업도 0.4% 감소했다. 반면 농림어업은 4.7%, 서비스업은 0.9% 증가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조건 개선으로 직전 분기 대비 0.2%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6% 떨어진 수치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수출 둔화로 경제성장 모멘텀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 대비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줄어드는 기저효과로 1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집행률이 5년 내 최고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정부 기여도에 대해 다소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을 위해 실제 자금집행이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소요돼 1분기 GDP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려 성장세가 유지됐지만 올 1분기에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실제 정부의 1분기 지출 기여도는 -0.7%포인트를 기록해 직전분기(1.4%포인트)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자동차 노사협약 지연에 따른 공급차질, 전년에 비해 따뜻한 날씨로 인한 의류 및 의료 소비 감소 등 일시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쇼크'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1분기 단기차입 수단인 재정증권을 16조원 가량 발행하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발표가 나와 시장에서는 1분기 GDP 컨센서스는 0.3%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1분기 GDP가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며 "지난해 4분기 정부 지출을 끌어올린 데 따른 반작용 충격이 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한층 힘을 받을 것이라 관측도 제기됐다.
박 연구원은 "예상에 못 미친 1분기 GDP에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당초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 달성 불투명"
올해 1분기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연 2.5% 달성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네 번 연속 덜어낸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를 더 낮추는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당장 한은이 제시한 올해 상반기(2.3%) 달성 행로가 불확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술적으로 상반기 전망치 달성을 위해서는 2분기에 GDP 성장률이 1.5%에 달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지만 체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앞서 지난주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월 제시한 2.6%에서 2.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 흐름은 상반기에 2.3%를 기록한 후 하반기에 2.7%로 개선되는 '상저하고' 형세로 관측했다.
박 국장은 "산술적으로 2분기 직전 분기 대비 1.5%(전년 동기 대비 2.6~2.7%)가 나와야 상반기 전망치(2.3%)를 달성할 수 있다"며 "연간 전망치 2.5%는 3∼4분기 0.8%, 0.9% 성장하면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분기 이후부터 1분기 GDP에 반영되지 않은 추경 등이 반영되면서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연간 2.5% 성장 경로가 유효할 것으로 박 국장은 관측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3%로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 등도 올해 GDP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추경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적어 현재 연 2.5%인 경제성장률 전망치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께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시각은 한층 비관적이다. 영국계 시장분석기관인 IHS마킷은 올해 경제성장률로 1.7%를 제시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로 내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1분기 한국경제 성장률 -0.3%…"시장 예상치 대비 '쇼크' 수준"
1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가 금융시장의 예상을 큰 폭으로 밑돈 -0.3%를 기록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예상치(0.3%)와 비교해 "쇼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의 2019년 1분기 실질 GDP(속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다.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0.2%) 이후 5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8%로 집계됐다. 2009년 3분기(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전 분기와도,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약 10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치다.
수출이 감소하고 설비 및 건설 투자가 감소로 전환한 타격이 컸다. 직전 분기보다 수출이 -2.6%, 수입이 -3.3%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10.8%, 건설투자도 -0.1%로 집계됐다. 특히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지난해 각각 1.6%, 4.0%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8년 1분기(-24.8%)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투자 역시 7.4% 추가로 줄었다.
수출은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 및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입은 기계 및 장비, 원유·천연가스 등 광산품을 중심으로 줄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투자는 주택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드는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1.0%)을 뒷받침했던 정부 지출 효과가 사라진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민간소비와 정부 소비 지출이 직전 분기보다 각각 0.1%,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늘었다. 민간소비 중 의료를 비롯한 서비스와 의류 등 준내구재는 소비가 줄었지만, 가전제품 등 내구재가 늘었다.
업종별로 제조업이 직전 분기보다 2.4% 감소해 2009년 1분기(-4.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이 7.3% 줄었다. 건설업도 0.4% 감소했다. 반면 농림어업은 4.7%, 서비스업은 0.9% 증가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조건 개선으로 직전 분기 대비 0.2%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6% 떨어진 수치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수출 둔화로 경제성장 모멘텀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 대비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줄어드는 기저효과로 1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집행률이 5년 내 최고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정부 기여도에 대해 다소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을 위해 실제 자금집행이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소요돼 1분기 GDP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려 성장세가 유지됐지만 올 1분기에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실제 정부의 1분기 지출 기여도는 -0.7%포인트를 기록해 직전분기(1.4%포인트)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자동차 노사협약 지연에 따른 공급차질, 전년에 비해 따뜻한 날씨로 인한 의류 및 의료 소비 감소 등 일시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쇼크'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1분기 단기차입 수단인 재정증권을 16조원 가량 발행하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발표가 나와 시장에서는 1분기 GDP 컨센서스는 0.3%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1분기 GDP가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며 "지난해 4분기 정부 지출을 끌어올린 데 따른 반작용 충격이 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한층 힘을 받을 것이라 관측도 제기됐다.
박 연구원은 "예상에 못 미친 1분기 GDP에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당초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 달성 불투명"
올해 1분기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연 2.5% 달성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네 번 연속 덜어낸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를 더 낮추는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당장 한은이 제시한 올해 상반기(2.3%) 달성 행로가 불확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술적으로 상반기 전망치 달성을 위해서는 2분기에 GDP 성장률이 1.5%에 달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지만 체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앞서 지난주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월 제시한 2.6%에서 2.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 흐름은 상반기에 2.3%를 기록한 후 하반기에 2.7%로 개선되는 '상저하고' 형세로 관측했다.
박 국장은 "산술적으로 2분기 직전 분기 대비 1.5%(전년 동기 대비 2.6~2.7%)가 나와야 상반기 전망치(2.3%)를 달성할 수 있다"며 "연간 전망치 2.5%는 3∼4분기 0.8%, 0.9% 성장하면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분기 이후부터 1분기 GDP에 반영되지 않은 추경 등이 반영되면서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연간 2.5% 성장 경로가 유효할 것으로 박 국장은 관측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3%로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 등도 올해 GDP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추경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적어 현재 연 2.5%인 경제성장률 전망치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께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시각은 한층 비관적이다. 영국계 시장분석기관인 IHS마킷은 올해 경제성장률로 1.7%를 제시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로 내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