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첫 방러 때는 특별열차로 24일 동안 2만km 대장정
2002년·2011년에도 열차 방러…김일성은 9차례 러시아 찾아


북한 최고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8월 말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포함해 총 3차례 러시아를 찾았다.

이에 앞서 김일성 주석은 생전 모두 9차례 러시아를 방문했다.

두 지도자 모두 열차 방문을 선호했다.

2012년 집권한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러시아를 방문한 적이 없다.

오랜 공백 뒤에 이번에 러시아를 처음으로 방문하는 것이다.

방러 수단은 또 열차를 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11년 8월 20일 특별열차를 타고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북러 국경을 넘어 마지막 러시아 방문 길에 올랐다
이후 극동 도시 하바롭스크를 지나 아무르주(州) 부레이 수력발전소를 견학한 뒤 동부 시베리아 부랴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찾았다.
그는 울란우데시 외곽에 있는 제11공수타격여단 영내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과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이동하는 도로에는 거의 200m 간격으로 경찰관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튿날 김 위원장은 역시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 네이멍구 만주리를 거쳐 귀국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에 앞서 2001년에도 7월과 8월에 걸쳐 24일 동안 역시 특별열차로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바 있으며, 이듬해인 2002년 8월에도 러시아 극동지역을 5일 동안 찾았다.

그의 2001년 열차 방러는 무려 2만km 여정에 가까운 대장정이었다.

2001년 7월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이뤄진 러시아 방문에서 그는 먼저 특별열차로 북러 국경을 넘은 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9일 동안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모스크바로 이어지는 9천200여km의 여행을 소화했다.

8월 4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김 위원장은 뒤이어 역시 열차로 러시아 제2도시이자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방문하고 나서 지나온 철길을 되돌아 평양으로 귀환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권리를 인정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에 합의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8개 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하며 각별한 유대를 과시했다.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 시절 한국에 치우쳤던 러시아의 대(對) 한반도 정책에 일대 전환점을 가져온 회담이었다.

당시 집권 2년 차 푸틴 대통령이 단행한 한반도 정책 노선의 수정이기도 했다.

지금도 북한은 2001년 북러 정상회담 때 채택한 공동선언('모스크바 선언')을 양국 우호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서로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당시 김 위원장의 열차 여행 경호를 위해 시베리아 횡단철도 주변에 100m마다 안전요원 1명씩을 배치하는 등 연인원 200만 명을 경호에 투입할 정도로 각별한 배려를 했다.

김 위원장은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2002년 8월 20∼24일 러시아 극동 지역의 하바롭스크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다시 방문했다.

2차 방러는 주로 극동 지역 산업 시설을 둘러보는 경제시찰 성격이 강했다.

방문 기간 중인 8월 23일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다시 정상회담을 하고, TSR과 TKR 연결 사업 등을 포함한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로부터 9년 뒤인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마지막 방러가 이뤄졌고, 부친으로부터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위원장이 오랜 공백 뒤에 이번에 다시 러시아를 찾는 것이다.

북러 양국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처음인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통적 우호 관계를 다지고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려는 의지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