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우울감 호소…조손가정 등 취약계층 가정 다수 포함
산불피해 아동 170여명 트라우마 호소…심리 지원 절실
고성에 살던 A(14)양은 지난 4일 대형산불로 집이 잿더미로 사라지는 것을 본 뒤 충격과 불안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학용품과 교복 하나 남아 있지 않고, 멀어진 통학도 대책이 없다.

이처럼 강원 동해안을 덮친 대형산불로 불면증, 우울감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아동이 17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교육청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에 따르면 전체 산불피해 가정 중 미성년자를 포함한 곳이 100가정이 넘고 이 중 170여 명의 아동이 심리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피해 아동 가운데는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도 다수 포함됐다.

불안 증세를 보이는 아동 중 일부는 집이 불타는 모습이 떠올라 수면 장애를 겪거나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한창 예민할 시기의 청소년들은 임시 대피시설에 머물면서 겪는 심리적 불편을 호소하며 교복이 불타 사복 차림으로 학교에 가야 하는 현실에 등교도 거부하고 있다.
산불피해 아동 170여명 트라우마 호소…심리 지원 절실
이에 도교육청은 피해 학생이 있는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심리상담과 국가트라우마센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강원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함께 하는 심리 지원 등을 집중하고 있다.

교과서, 교복, 학용품 등 구입비와 야간 돌봄교실 등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등 아동 관련 비영리단체(NPO)도 아동보호심리센터 운영, 트라우마 치료 등 정서 회복 지원에 힘쓰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본부 관계자는 "재난에 대한 스트레스는 성인보다 아동들이 더 심각한 증세를 보일 수 있다"며 "노인뿐 아니라 아동에게도 세심한 심리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