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사전예고·출발도 당일 '사실상 실시간' 타전
정상국가 지향 의지 표명…김정은 집권 2기 체제안정 과시 측면도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행 출발 소식을 신속히 보도해 눈길을 끈다.

북한 전역에서 청취 가능한 라디오 매체 조선중앙방송은 24일 오전 6시 정각 첫 뉴스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시기 위하여 4월 24일 새벽 전용열차로 출발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전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 김 위원장이 의장대 사열을 받고 환송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5장과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오전 6시 11분께 기사와 사진을 통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 소식을 대내외에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출발 시점은 북한이 새벽이라고 한데다가 공개된 사진의 배경에 전부 어둠이 짙게 깔린 점 등으로 미뤄 최소 자정 이후여서 불과 6시간 이내에 빠르게 보도한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북러 국경을 넘은 데다 오후 늦게야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시해온 북한 매체들로서는 상당히 과감하게 '실시간 보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北매체…김정은 방러 동선 신속보도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공식활동이 종료된 이후 보도한다는 원칙을 고수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공식 행보에 대한 보도 시점이 갈수록 앞당겨지는 모양새다.

앞서 작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때에는 김 위원장이 6월 10일 항공편으로 평양에서 떠난 소식을 다음 날 싱가포르 도착 소식과 함께 내보냈고,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때도 2월 23일 오후 4시 30분께 평양역 출발 소식을 다음 날 오전 6시 5분께 타전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출발 보도 당시 김 위원장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이틀 전에 그 동선을 공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였는데,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이런 북한 매체들의 태도 변화에는 대내외적으로 체제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

모든 권력이 집중된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과 장기간 공백에 따른 우려를 불식하고 김정은 체제의 견고함을 과시하는 일거양득이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또 국제사회의 주목이 쏠리는 정상회담 과정에서 다른 나라 정상외교의 일반적 관행과 국제사회의 보도 관행을 따라가려는 김 위원장의 정상국가 지향 의지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갈수록 빨라지는 北매체…김정은 방러 동선 신속보도
전날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방문을 대내외에 '사전예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앙통신은 23일 오전 첫 뉴스로 김 위원장의 공식 방러 및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고,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등에서도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5월 26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6월 12일로 예정된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위하여…"라며 북미정상회담 개최 및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미리 밝힌 적은 있지만, 이처럼 별도의 사전예고 형식을 취한 것은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김 위원장의 1∼4차 방중 관련 보도 사례를 봐도 이번 방러 때처럼 전날 공식적으로 별도의 사전예고를 한다거나 사실상 출발과 동시에 보도를 내보내는 일은 없었다.

1·2차 방중 때는 김 위원장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야 보도가 나왔고, 3·4차 때는 각각 방문 일정 기간과 베이징 입성 직전으로 보도 시점이 다소 앞당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