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청장의 중도하차에 대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역 정가에서는 인천시가 청라국제도시 일부 주민들의 퇴진압박에 떠밀려 개방형 임기제 1급 상당의 경제청장을 사실상 경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 서구에 있는 청라국제도시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청라가 송도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며 시에 김 청장 사퇴 청원을 10여 건 쏟아냈다. 청라지역의 국제업무단지인 G시티의 추진이 인천경제청의 무능력으로 무산됐다는게 대표적인 불만사항이었다. 청라주민들은 G시티 사업시행사가 8000실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김 청장이 거절하면서 사업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경제청은 국제업무단지에 숙박시설이 대거 들어오면 인구가 2만명 늘어 주거환경에 문제가 발생하고, 업무지구 역할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1급 기관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공직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김 청장의 중도하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박남춘 인천시장의 발언이 불과 3개월만에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시청 일부 공무원들은 “1급 기관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위치의 책임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시장이 김 청장의 용퇴를 결정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시장은 올해 1월 청라주민들의 청원에 대해 “여러 현안사업들의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공직자 한사람의 사퇴로 귀결된다면 소신있는 공무를 수행하기 어렵고, 시민청원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김 청장의 중도하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시와 경제청에서는 김 청장의 중도하차에 따른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김 청장 스스로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양축인 송도와 청라지역의 주민들간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송도지역 주민단체의 한 간부는 “청라의 일부 주민단체는 경제자유구역 개발과정에서 경제청의 위법사항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청장의 능력부족 등 감정적 여론몰이로 청원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라 주민들의 김 청장 사퇴 청원에 맞서 올해 초 송도주민 1만5000여 명이 ‘사퇴반대’ 서명에 동의했지만 무의미하게 됐다”며 “경제자유구역의 산적한 현안 해결에 악영향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곧 대책을 마련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송도경제자유구역에는 13만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장은 개방형 지방관리관(1급)으로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 개발계획 전략 수립, 경제자유구역 모델 해외사업, 경제청 업무 총괄·조정 등의 업무를 한다. 김 청장은 2017년 9월29일 유정복 전 인천시장 재임시절 정식 공모를 통해 경제청장에 임명됐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