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NK운용 에쿼티그룹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운용사는 BNK자산운용이다. 직원 47명인 중소형 운용사지만 쟁쟁한 대형 운용사들을 제치고 공모펀드 3년 평균 수익률 1위에 올랐다. 수년간 안정적인 성과를 내자 뭉칫돈을 맡기는 기관도 늘고 있다. 비결은 뭘까. 이 회사 주식운용을 총괄하는 안정환 에쿼티그룹장(전무)은 한마디로 “현장에 답이 있다”고 요약했다. 그는 “흔히 기업 탐방은 애널리스트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매니저야말로 누구보다 기업 현장 가까이에서 모든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발로 뛰는 운용이 BNK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했다. 다른 운용사들의 펀드매니저도 탐방을 다니지만 BNK의 방식은 좀 더 특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선 절대적인 방문 횟수가 많다. 매니저별로 1주일에 5~7회 탐방을 다닌다. 다른 운용사 매니저들은 일반적으로 아침에 회사로 출근해 회의하고 증시를 확인한 뒤 오후에 탐방을 나가지만 BNK운용 매니저들은 아침부터 현장에 나가는 일이 많다.
동선 보고도 각 팀장급에서 끝낸다. 보고체계가 많아지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안 그룹장은 “경험상 촌각을 다투는 매매가 큰돈을 벌어주는 일은 잘 없었다”며 “발로 뛰어 발굴한 보석 같은 주식들이 두세 배 오를 때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답이 있다”며 “컴퓨터 앞에서 고민하기보다 그 시간에 기업 탐방을 나가는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젊은 매니저들이 좋은 기업을 발굴하면 경험 많은 고참 매니저들이 합류해 2, 3차 탐방을 간다. 임원들도 예외가 없다. 증권사로 치면 리서치센터장인 안 그룹장도 종종 대리 과장급 후배들과 판교 테크노밸리를 누빈다. 함께 취재하고 햄버거를 먹으며 토론한다. 업종 구분 없이 다양한 매니저들이 동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렇게 발품을 팔아 확신을 얻은 기업에 투자한다.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호칭도 ‘형’으로 통일했다. 안 그룹장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탐방을 가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꺼냈다가 후배들에게 ‘형도 이제 늙었네요’라는 핀잔을 받았다”며 웃었다. 그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탐방하면서 동생들에게 한 수 배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BNK운용의 사무실은 늘 왁자지껄하다.
1년 새 주가가 두 배 넘게 오른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이렇게 찾은 종목 중 하나다. 실적 논란이 있었지만 단체 방문 뒤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젊은 매니저들의 감각과 고참 매니저들의 경험이 시너지를 냈다. 안 그룹장은 “직접 발굴한 종목의 주가가 두세 배 올랐을 때 펀드매니저들은 성취감을 느끼고 한 단계 더 발전한다”며 “매니저의 발전은 회사의 운용능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주목하지 않는 종목을 주로 탐방하는 것도 BNK운용의 전략이다. 안 그룹장은 “증권사 보고서처럼 모두에게 알려진 정보에 의존해서는 기회를 잡기 어렵다”며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종목에서 ‘플러스알파’를 찾아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분석(톱다운·top down)에 들이는 시간은 되도록 줄인다. “시장 분석은 전문가별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참고만 할 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는 게 안 그룹장의 지론이다.
안 그룹장은 올해 증시 전망을 다소 부정적으로 봤다. 최근 개별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종목별 장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안 그룹장은 “올해 시장의 상승세는 경기지표가 좋아져서라기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으로 인한 안도 랠리라고 봐야 한다”며 “실적 시즌이 되면 투자 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당분간 횡보하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증권(현 NH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프랍(자기자본 투자) 전문가로 유명했던 그는 2017년부터 BNK운용에 합류했다. BNK운용 대표인 이윤학 사장과는 LG증권 시절 둘도 없는 선후배 애널리스트 사이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