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최근 김범석 대표이사의 단독 대표 체제에서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을 인사관리 담당 대표로 영입한 것을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김범석 단독 대표 체제에서 김범석, 고명주, 정보람 등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그동안 쿠팡 경영을 총괄하던 김 대표는 전략 기획 분야를 담당하게 되고, 고 신임 대표는 인사 관리를, 정 신임 대표는 핀테크 사업을 각각 맡게 된다.
대표 체제가 변경된 것은 쿠팡 설립 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고 신임 대표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와 하나로텔레콤 출신인 고 신임 대표는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에 인수될 당시 하나로텔레콤 HR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고 인건비도 1조원에 육박하면서 매출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며 "어떤 식으로든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7년 6천555억원이던 쿠팡의 인건비 규모는 지난해 9천866억원으로 3천억원 이상 급증하면서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섰다.
이처럼 인건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상품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물류센터 고용인력이 크게 늘었고, '쿠팡플렉스' 등 새로운 서비스 출범에 따른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쿠팡에 20억 달러(약 2조2천50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측에서 투자 조건으로 대표 체제 변경과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쿠팡은 이를 부인했다.
쿠팡 관계자는 "비전펀드의 요구로 대표체제를 변경하고 고 대표를 영입했다는 관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고 대표가 앞장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로켓배송 같은 신개념 서비스와 과감한 투자로 국내 유통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4천227억원과 영업손실 1조9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0% 이상 늘었지만 영업적자 규모도 71.7%나 급증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 년 전부터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의 '치킨게임'을 주도해온 쿠팡이 어떤 식으로든 과도한 인건비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재무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