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200년 만에 개방된 '성락원'…알고 보니 줄경매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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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응 후손들 자금난에 경매
보존 위해 낙찰받는 투자자도
보존 위해 낙찰받는 투자자도
200여년 만에 임시로 일반에 개방된 한국 3대 전통정원 ‘성락원(서울 성북동)’이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 첫 주인이었던 심상응(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 역임)의 후손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영향이다. 경매 결과에 따라 권리관계가 복잡해지면 현재 진행 중인 복원 및 보존 작업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성락원 줄경매 중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성락원 내 건물과 토지 일부가 경매되고 있다. 당초 이달 1일 1차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기일이 변경됐다. 아직 새 경매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경매대상은 성락원 내 한옥(지하 1~지상2층, 492㎡)과 한옥이 깔고 앉아 있는 토지(1101㎡)의 일부 지분(144㎡)이다. 감정가격은 건물 1억9355만원, 토지 4억4568만원 등이다. 2015년 일부 토지 지분에 2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L씨가 경매에 부쳤다.
후손들이 돈을 갚는다고 해도 경매는 계속 진행된다. 토지 지분 일부를 가진 A씨도 성락원을 경매에 넣은 까닭이다. A씨는 2015년 경매로 이 지분을 취득했다. 그는 이어 2018년 7월 일부 후손으로부터 매매로 일부 지분을 추가매입했다. A씨는 공유물 분할을 이유로 성락원을 경매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를 경매로 매각한뒤 돈을 지분대로 나눠갖자는 취지다. 한옥이 깔고 앉은 땅은 7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심상응의 후손이 6명이다. ◆한국가구박물관도 경매 중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다.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이 넘겨받아 35년간 별궁으로 사용했다. 전남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한국 3대 전통정원으로 꼽힌다.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성북동의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았다. 수령 200~300년된 나무들, 소(沼), 연못, 폭포, 계곡 등이 고풍스런 한옥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심상응의 5대손 고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은 1950년 4월 성락원을 매입했다. 심상준 회장은 한국 원양어업의 개척자로 불린다. 심 회장의 며느리가 관장으로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이 성락원을 관리해왔다. 1992년 사적 제378호로, 2008년 명승 제35호로 지정됐다. 현재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데도 불구하고 경매가 이어지고 있다. 후손들이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영향이다. 한국가구박물관에 대해서도 경매가 진행 중이다. 감정가격 486억원에 다음달 13일 1차 경매에 들어간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전통가옥과 목가구, 유기, 옹기류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 시내와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 해외 주요 인사 방한 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통로로 종종 쓰였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는 정상 부인들이 찾았다. 2013년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014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방문했다. 올초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칼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회동 장소로 쓰였다. 김재권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무법이 효현)는 “등기부등본을 보면 후손들이 성락원과 한국가구박물관을 담보로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쓴 것으로 나타난다”며 “대규모 문화재를 개인인 관리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유자 계속 늘어
경매가 진행되면서 성락원의 주인도 늘고 있다. 성락원은 여러 필지의 땅과 건물로 이뤄져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심상응의 후손들이 땅과 건물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경매로 나온 땅을 계속 새로운 이들이 낙찰받아가고 있다. 한옥이 깔고 앉은 땅 일부 지분을 낙찰받은 뒤 경매에 부친 J씨 외에 작년 또 다른 J씨가 성락원 내 다른 땅을 낙찰받았다. 경매가 진행되면 될수록 주인이 늘어나는 구조다. 소유자가 늘어나면 보존은 어려워진다.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일부가 투자목적으로 낙찰을 받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토지 위에 건물이 들어서 있어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일부 지분권자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건물 철거를 요구하면 법적으론 철거를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보존 위한 경매 참가자도 나와
일부에선 보존 목적으로 경매에 참가하고 있다. 작년 성락원내 일부 토지를 매입한 D씨가 그런 사례다. 그는 작년 성락원내 일부 땅을 지인들과 공동으로 낙찰받았다. 감정가는 17억원, 낙찰가는 8억2000만원 수준이다. 외국계 회사가 경매에 넣었다. D씨는 “심씨 후손들에게 전체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심씨 후손들은 거꾸로 자신들이 매입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문화재는 개인이 소유하면 관리가 어려운 만큼 추가로 매입해서 국가에 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 후손들은 서울에 남은 한국 전통정원의 가치를 알린다는 이유로 복원 사업이 끝나기 앞서 6월11일까지 성락원을 시민에게 임시개방키로 했다. 한국가구박물관 관계자는 ”한국 전통정원이 있는 모습대로 복원되길 바란다는 뜻에서 개방했다”며 “많은 이들이 전통정원의 가치를 알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정철/전형진 기자 bjc@hankyung.com
◆성락원 줄경매 중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성락원 내 건물과 토지 일부가 경매되고 있다. 당초 이달 1일 1차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기일이 변경됐다. 아직 새 경매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경매대상은 성락원 내 한옥(지하 1~지상2층, 492㎡)과 한옥이 깔고 앉아 있는 토지(1101㎡)의 일부 지분(144㎡)이다. 감정가격은 건물 1억9355만원, 토지 4억4568만원 등이다. 2015년 일부 토지 지분에 2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L씨가 경매에 부쳤다.
후손들이 돈을 갚는다고 해도 경매는 계속 진행된다. 토지 지분 일부를 가진 A씨도 성락원을 경매에 넣은 까닭이다. A씨는 2015년 경매로 이 지분을 취득했다. 그는 이어 2018년 7월 일부 후손으로부터 매매로 일부 지분을 추가매입했다. A씨는 공유물 분할을 이유로 성락원을 경매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를 경매로 매각한뒤 돈을 지분대로 나눠갖자는 취지다. 한옥이 깔고 앉은 땅은 7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심상응의 후손이 6명이다. ◆한국가구박물관도 경매 중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다.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이 넘겨받아 35년간 별궁으로 사용했다. 전남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한국 3대 전통정원으로 꼽힌다.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성북동의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았다. 수령 200~300년된 나무들, 소(沼), 연못, 폭포, 계곡 등이 고풍스런 한옥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심상응의 5대손 고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은 1950년 4월 성락원을 매입했다. 심상준 회장은 한국 원양어업의 개척자로 불린다. 심 회장의 며느리가 관장으로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이 성락원을 관리해왔다. 1992년 사적 제378호로, 2008년 명승 제35호로 지정됐다. 현재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데도 불구하고 경매가 이어지고 있다. 후손들이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영향이다. 한국가구박물관에 대해서도 경매가 진행 중이다. 감정가격 486억원에 다음달 13일 1차 경매에 들어간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전통가옥과 목가구, 유기, 옹기류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 시내와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 해외 주요 인사 방한 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통로로 종종 쓰였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는 정상 부인들이 찾았다. 2013년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014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방문했다. 올초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칼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회동 장소로 쓰였다. 김재권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무법이 효현)는 “등기부등본을 보면 후손들이 성락원과 한국가구박물관을 담보로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쓴 것으로 나타난다”며 “대규모 문화재를 개인인 관리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유자 계속 늘어
경매가 진행되면서 성락원의 주인도 늘고 있다. 성락원은 여러 필지의 땅과 건물로 이뤄져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심상응의 후손들이 땅과 건물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경매로 나온 땅을 계속 새로운 이들이 낙찰받아가고 있다. 한옥이 깔고 앉은 땅 일부 지분을 낙찰받은 뒤 경매에 부친 J씨 외에 작년 또 다른 J씨가 성락원 내 다른 땅을 낙찰받았다. 경매가 진행되면 될수록 주인이 늘어나는 구조다. 소유자가 늘어나면 보존은 어려워진다.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일부가 투자목적으로 낙찰을 받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토지 위에 건물이 들어서 있어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일부 지분권자가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건물 철거를 요구하면 법적으론 철거를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보존 위한 경매 참가자도 나와
일부에선 보존 목적으로 경매에 참가하고 있다. 작년 성락원내 일부 토지를 매입한 D씨가 그런 사례다. 그는 작년 성락원내 일부 땅을 지인들과 공동으로 낙찰받았다. 감정가는 17억원, 낙찰가는 8억2000만원 수준이다. 외국계 회사가 경매에 넣었다. D씨는 “심씨 후손들에게 전체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심씨 후손들은 거꾸로 자신들이 매입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문화재는 개인이 소유하면 관리가 어려운 만큼 추가로 매입해서 국가에 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 후손들은 서울에 남은 한국 전통정원의 가치를 알린다는 이유로 복원 사업이 끝나기 앞서 6월11일까지 성락원을 시민에게 임시개방키로 했다. 한국가구박물관 관계자는 ”한국 전통정원이 있는 모습대로 복원되길 바란다는 뜻에서 개방했다”며 “많은 이들이 전통정원의 가치를 알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정철/전형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