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종이계약서 척척 읽고 MR로 기계수리…"날개 단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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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보이는 MTS
특수분야 데이터 정리에 쓰던 AI, 사무·제조업도 활용
특수분야 데이터 정리에 쓰던 AI, 사무·제조업도 활용
손으로 쓰거나 인쇄된 문자는 어떻게 디지털로 변환할 것인가. 그동안에는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거나 사진촬영·스캐닝 등 이미지화해 넣는 방법을 써야 했다. 전자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들었고 후자는 컴퓨터가 텍스트로 인식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있었다.
의외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어려웠던 분야였지만,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은 각종 서류의 글자 이미지를 인식해 전산 데이터로 자동 변환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최근 서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문을 연 마이크로소프트 테크놀로지센터(MTC)는 MS 애저 기반으로 OCR 기술과 인공지능(AI)의 접목 사례를 선보였다. AI의 핵심기능인 기계학습(머신러닝)이 가능하려면 먼저 전산화된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 OCR 기술은 이 부분을 해결해 납품 계약서 등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군으로 AI 적용을 확대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납품 계약서를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만들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문서를 읽어 전자문서로 변환합니다. 여기에 AI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손으로 쓴 구매·발주 문서를 OCR 기술로 인식해 전자화한 뒤 이를 토대로 AI가 실제 주문을 넣고 송장 처리하는 것까지 원스톱으로 해결됩니다.”
MTC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의 솔루션 시연 및 시제품 제작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장홍국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이달 8일 MTC 개소식에서 “소매업이나 제조업 등 각 산업군 특화 사례나 솔루션을 MTS에서 구현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끔 했다”고 소개했다.
제조업 분야에 유용한 기술은 MTS의 혼합현실(MR) 기능이다. 공장 기계가 고장났을 경우 기계를 어떻게 분해, 수리하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홀로렌즈로 실물에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말이나 그림으로만 설명하거나 동영상 시연에서도 온전히 충족되기 어려운 지점을 MR 시각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국내에서도 AI 적용은 그동안 꾸준히 시도돼왔다. 길병원과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은 2016년 치료법을 추천해주는 IBM의 AI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했다. 1500만쪽 분량 의학 학술지와 논문을 인간 의사 대신 읽고 환자 증상에 적합한 내용을 알려준다. 법령과 방대한 판례, 조약, 자치법규 등을 분석해 알려주거나 부동산 주소를 입력하면 건축물 대장과 등기부 등본을 분석해 유의사항을 알려주는 각종 법률 AI도 등장했다. 이들 AI는 모두 방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요약·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단 학습을 통한 AI의 정교화·고도화를 위한 입력 문제가 있었는데, 이 ‘밑단’을 해결함으로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범위를 넓히게 됐다. 기존에 법률·의료 등 제한적 산업군에서 쓰인 AI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결한 점이 포인트다.
권오성 MTC 총괄이사는 “국내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MTC를 마련했다”며 “국내 고객의 글로벌 디지털 혁신기술 확보와 미래기술을 실제로 그려보고(인비저닝) 세부 로드맵까지 세워볼 수 있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AI 기술을 활용하면 단순 문서처리는 기계에게 맡기고 인력은 보다 고부가가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던 전문인력은 기술로 인해 더 생산성 높은 일을 할 수 있고 전문성이 부족한 신입 엔지니어는 눈앞에서 MR로 구현된 기기 분해·작동법을 보며 숙련된 엔지니어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몇몇 분야에 국한됐던 AI가 일상의 사무·제조업에서도 손쉽고 폭넓게 사용할 길이 열린 것이다.
단 이러한 AI 기술은 당분간은 사람의 보조 역할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돌발 상황까지 능수능란하게 대처하기엔 아직 부족한 탓이다. 세계 최초의 로봇호텔을 표방한 일본 헨나호텔은 최근 243개 로봇 직원 중 절반을 ‘해고’했다.
프론트에서 접수를 받는 AI 로봇은 고객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목소리 크기와 억양, 발음 등에 따라 음성 인식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호텔 지도에 의존해 짐을 옮기던 로봇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지는가 하면, 객실에 비치된 로봇은 투숙객의 코 고는 소리에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십시오”라고 말해 투숙객을 한밤중에 깨우기도 했다.
불만이 늘어나자 호텔 측은 결국 다시 사람을 채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AI가 사람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 노동부는 ‘노동 4.0’ 백서에서 “오늘날 꿈꾸는 미래 노동은 호숫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하는 창의적 지식노동자 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음주 근무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라고 그려냈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처리하는 만큼 사람은 창의적이고 생산성 높은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봤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교수)은 “AI가 일자리 일부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AI 활용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통한 신규 수요 창출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의외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어려웠던 분야였지만,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은 각종 서류의 글자 이미지를 인식해 전산 데이터로 자동 변환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최근 서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문을 연 마이크로소프트 테크놀로지센터(MTC)는 MS 애저 기반으로 OCR 기술과 인공지능(AI)의 접목 사례를 선보였다. AI의 핵심기능인 기계학습(머신러닝)이 가능하려면 먼저 전산화된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 OCR 기술은 이 부분을 해결해 납품 계약서 등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군으로 AI 적용을 확대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납품 계약서를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만들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문서를 읽어 전자문서로 변환합니다. 여기에 AI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손으로 쓴 구매·발주 문서를 OCR 기술로 인식해 전자화한 뒤 이를 토대로 AI가 실제 주문을 넣고 송장 처리하는 것까지 원스톱으로 해결됩니다.”
MTC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의 솔루션 시연 및 시제품 제작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장홍국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이달 8일 MTC 개소식에서 “소매업이나 제조업 등 각 산업군 특화 사례나 솔루션을 MTS에서 구현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끔 했다”고 소개했다.
제조업 분야에 유용한 기술은 MTS의 혼합현실(MR) 기능이다. 공장 기계가 고장났을 경우 기계를 어떻게 분해, 수리하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홀로렌즈로 실물에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말이나 그림으로만 설명하거나 동영상 시연에서도 온전히 충족되기 어려운 지점을 MR 시각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국내에서도 AI 적용은 그동안 꾸준히 시도돼왔다. 길병원과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은 2016년 치료법을 추천해주는 IBM의 AI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했다. 1500만쪽 분량 의학 학술지와 논문을 인간 의사 대신 읽고 환자 증상에 적합한 내용을 알려준다. 법령과 방대한 판례, 조약, 자치법규 등을 분석해 알려주거나 부동산 주소를 입력하면 건축물 대장과 등기부 등본을 분석해 유의사항을 알려주는 각종 법률 AI도 등장했다. 이들 AI는 모두 방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요약·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단 학습을 통한 AI의 정교화·고도화를 위한 입력 문제가 있었는데, 이 ‘밑단’을 해결함으로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범위를 넓히게 됐다. 기존에 법률·의료 등 제한적 산업군에서 쓰인 AI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결한 점이 포인트다.
권오성 MTC 총괄이사는 “국내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MTC를 마련했다”며 “국내 고객의 글로벌 디지털 혁신기술 확보와 미래기술을 실제로 그려보고(인비저닝) 세부 로드맵까지 세워볼 수 있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AI 기술을 활용하면 단순 문서처리는 기계에게 맡기고 인력은 보다 고부가가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던 전문인력은 기술로 인해 더 생산성 높은 일을 할 수 있고 전문성이 부족한 신입 엔지니어는 눈앞에서 MR로 구현된 기기 분해·작동법을 보며 숙련된 엔지니어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몇몇 분야에 국한됐던 AI가 일상의 사무·제조업에서도 손쉽고 폭넓게 사용할 길이 열린 것이다.
단 이러한 AI 기술은 당분간은 사람의 보조 역할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돌발 상황까지 능수능란하게 대처하기엔 아직 부족한 탓이다. 세계 최초의 로봇호텔을 표방한 일본 헨나호텔은 최근 243개 로봇 직원 중 절반을 ‘해고’했다.
프론트에서 접수를 받는 AI 로봇은 고객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목소리 크기와 억양, 발음 등에 따라 음성 인식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호텔 지도에 의존해 짐을 옮기던 로봇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지는가 하면, 객실에 비치된 로봇은 투숙객의 코 고는 소리에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십시오”라고 말해 투숙객을 한밤중에 깨우기도 했다.
불만이 늘어나자 호텔 측은 결국 다시 사람을 채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AI가 사람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 노동부는 ‘노동 4.0’ 백서에서 “오늘날 꿈꾸는 미래 노동은 호숫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하는 창의적 지식노동자 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음주 근무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라고 그려냈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처리하는 만큼 사람은 창의적이고 생산성 높은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봤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교수)은 “AI가 일자리 일부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AI 활용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통한 신규 수요 창출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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