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주총회 활성화를 내세워 상장회사 배당기준일을 연말에서 이듬해 2~4월로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장사별 배당기준일이 서로 달라지면서 발생할 시장 혼란 등을 감안하면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업별 배당기준일 다르게 한다는데…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지난 24일 내놓은 ‘주총 내실화 방안’을 보면 정부는 상법을 개정해 의결권과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는 권리주주를 특정하는 기준일을 현재 ‘주총 90일 이내’에서 ‘주총 60일 이내’로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상장사는 3월 말 정기주총일로부터 90일 이내인 전년도 12월 31일 권리주주 명단을 확정(주주명부 폐쇄)한 뒤 이들에게 주총 의결권 행사 권한을 부여하고 이익배당을 해왔다. 주식 매입 후 결제까지 이틀이 걸리기 때문에 12월 결산법인의 실제 주주명부 폐쇄일(배당기준일)은 전년도 12월 31일로부터 2거래일 전날이다. 지난해는 12월 26일이었다. 이날까지 주식을 사들여 보유한 주주만 이듬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최근 사업연도 실적에 대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다음날인 27일은 주식을 사더라도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배당락일이 됐다.

정부는 배당기준일과 주총 사이 간격이 90일가량 벌어진 것이 주총에 대한 주주 관심도를 낮추는 주된 요인이라고 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총 전 이미 주식을 매각한 주주는 아무래도 주총에 참석할 유인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총을 4~6월로 분산하겠다는 정부 취지를 고려하면 권리주주 확정 시점이 주총 60일 이내로 당겨질 경우 상장사별 배당기준일은 2~4월께로 분산된다.

증권가에선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배당기준일이 회사별로 천차만별이다 보니 투자자로선 배당을 받기 위해 언제 주식을 사고팔아야 하는지 일일이 찾아봐야 할 것”이라며 “여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주총 참석을 유도하겠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부분 12월 말인 상장사 사업연도 결산일을 3월 말 등으로 다양화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과거 국내와 해외 사례를 보면 모든 상장사 결산일이 꼭 12월 말에 몰려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거의 모든 상장법인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12월 결산을 하는 상황에서 결산일을 바꾸긴 쉽지 않다”며 “결산일과 배당기준일이 엇갈려 회사나 투자자 모두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