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총수 변경 시한 임박에…취임 서두른 조원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4·사진)이 지난 24일 재계 14위(자산 기준)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동일인(총수) 변경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지난 8일 부친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지 16일 만인 이날 조 사장이 갑작스럽게 회장에 오른 것에 궁금증이 적지 않았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 1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 대상인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 발표를 앞두고 12일까지 해당 그룹으로부터 동일인 등 관련 자료를 접수했다. 동일인은 그룹 경영권을 행사하는 총수(총수 없는 그룹은 법인)를 말한다.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의 별세로 동일인을 바꿔야 했지만 차기 총수를 결정하지 못해 동일인 변경신청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조 회장이 조 전 회장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총수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이 2.34%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와 차이가 크지 않아 누가 조 전 회장의 지분(17.8%)을 상속받는지에 따라 차기 총수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한진 일가는 조 전 회장 장례가 끝난 뒤 가족회의를 열고 조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가는 데 합의했다. 한진칼이 전날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인 조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한 배경이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한진그룹은 공정위에 제출할 동일인을 조 회장으로 변경하는 서류 작성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한진칼 외에도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장, 정석기업 부사장, 한진정보통신 사장을 겸임한다.

하지만 조 회장은 취임 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한진칼 2대 주주로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KCGI가 지분을 늘리고 있어 경영권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