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국회 현안이 위주인 날이라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마이너스 성장률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로 고꾸라졌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아침 일찍부터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시장 예상치(0.2∼0.3%)를 훨씬 밑돌 뿐만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에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까지 출렁거렸다.

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올해 1분기 성장률과 관련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는 등 야당의 줄 이은 비판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조 의장이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정이 마련한 추가경정예산이 제때 집행될 경우 GDP 증가율이 0.1%포인트 이상 제고될 것”이라며 야당에 추경안 통과 협조를 당부하는 정도였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들어 성장률 수치를 강조해 온 것을 감안하면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설 민심 전달’ 기자간담회에서 회원국 36개국 중에서 4개국까지만 집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홈페이지 자료를 근거로 “한국이 현재(2018년) 성장률 1위”라고 주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미국만 해도 지난해 GDP 증가율 확정치가 2.9%로 한국(2.7%)보다 높았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올해 1분기 성장률과 관련해 “2분기부터는 성장률이 반등하면서 올해 목표인 2.6~2.7%를 달성할 것”이라며 “이 정도 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도 OECD 회원국 중에선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도 올해 목표성장률은 추경이 성사돼야 간신히 달성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터다.

여당은 고꾸라지고 있는 경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대상 안건) 추진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 등이 이에 반발해 연일 몸싸움을 앞세운 정쟁을 벌이면서 민생과 경제개혁 관련 법안은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난장판 국회’ 때문에 경제까지 난장판이 되지 않을까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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