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국회에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4년 만에 적자국채 발행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추경의 시급성을 강조했지만, 막상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 적지 않아서다. 노인 단기 일자리 지원 등 임시방편적인 복지사업이 당초 추경 명분이었던 미세먼지 대응을 뒷전으로 밀어낸 것은 차치하더라도, 추경 취지에 맞지 않거나 기존 정책과 충돌하는 사업이 적지 않다.

예비 소상공인을 ‘준비된 창업자’로 키우겠다는 ‘신산업 창업 사관학교’ 사업이 대표적이다. 추경으로 93억원을 추가 지원해 연 300명인 교육생을 연 450명으로 늘리고, 교육 장소도 6곳에서 9곳으로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말이 ‘신산업 창업’이지 카페, 식당, 소매점 등의 창업이 대부분이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기준 547만 명에 이른다. 고용시장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5.4%로, 미국(6.3%)과 일본(10.4%) 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자영업 과잉’을 해결해야 할 정부가 세금을 들여 이른바 ‘우수 소상공인’을 양성해 기존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영업 과잉의 가장 큰 원인은 중·장년층 일자리 부족이다. 자영업자 중 40대 이상이 84.8%일 정도로,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중·장년층 상당수가 생계형 창업에 나선 탓이다. 정부가 한 달 용돈 수준인 30만~50만원 주는 1~2개월 단기 일자리를 급조하거나 자영업 교육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파견법 업종 규제만 완화해도 제조 분야 중소기업에서만 9만여 개 일자리가 생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바이오 규제개혁이 이뤄지면 최대 37만4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 유연성 제고와 규제개혁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취약 계층을 위한 가장 시급하고도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