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문화재 복원 신기술 전쟁
1970년 이스라엘 사해 근처 유대교 회당에서 2000여 년 전의 두루마리 경전이 발견됐다. 손을 대면 부서질 정도로 삭아서 펼쳐볼 수 없는 상태였다. 경전 속의 글자는 2016년에 판독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연구진이 컴퓨터 스캔 장비로 디지털 영상을 구현함으로써 고대 히브리어 문자를 읽을 수 있었다.

1978년 일본에서 출토된 금착명철검(金錯銘鐵劍)의 115개 문자는 첨단 원자력 기술로 해독했다. 일본 연구진이 방사선 투과 시험을 통해 검에 새겨진 메시지를 밝혀냈다. 이처럼 고대 유물이나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에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 15일 불에 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에도 세계 최고의 기술이 동원될 전망이다.

복구 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물밑 싸움이 벌써 치열하다. 영국은 윈저성과 요크 대성당 복구 경험을 내세우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탈리아는 화재로 전소된 베네치아 오페라극장과 토리노 대성당 복구를 예로 들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중국은 화재 당일 진화 작업을 도운 드론이 중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화재 직후 관방장관 발표에 이어 지난 23일 파리를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복구 참여 의지를 전했다. 일본은 바티칸의 미켈란젤로 작품 복원 작업을 도운 바 있다.

문화재 복원 분야의 선진국인 프랑스는 소방로봇 등 자국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국제 사회와 공조할 뜻을 내비쳤다. 프랑스 기업 샤크로보틱스가 제작한 소방로봇 콜로서스는 붕괴 위험 때문에 소방대가 철수한 성당 내부에 머무르며 마지막까지 방화수를 뿜어 불길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복원 작업에 이런 로봇과 함께 드론, 고해상 3차원(3D) 영상 등 첨단 기술이 총동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작성된 노트르담 대성당의 레이저 입체 영상도 활용될 전망이다. 영국 건축설계회사는 이미 복구 설계도까지 제시했다. 소실된 지붕의 참나무 들보를 초경량 강철로 바꾸고, 그 위에 특수 유리를 써서 자연광이 내부로 스며들게 했다. 유리와 스테인리스스틸 재질로 바꾼 첨탑에는 전망대까지 넣었다.

한국도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문화재 복원 기술을 상당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뒷받침할 외교력이 따라 줘야 ‘노트르담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다. 일본, 이탈리아 등이 남의 나라 문화재 복원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단순한 기술력 과시를 넘어 연관 산업 진출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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