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 시장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지 2년가량 지났다. 대통령 집무실에 처음 설치했던 ‘일자리 전광판’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년은 문재인 정부 정책이 유효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다.

그동안 신규 취업자 수 증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신규 취업자 수가 이전에 비해 감소했다는 통계 발표에 대해 일부 정책담당자는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든 탓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최근 신규 취업자 수가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나, 고용률을 보면 한국의 일자리 상황이 아직도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인구’로 정의된다. 고용률은 분모에 인구가 있기 때문에 인구 변화를 감안한 고용상태를 보여준다. 또 연령층별 고용률은 각 연령층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용돼 있는가를 보여 준다. <표>는 2013년 1월~2019년 3월 기간 중 전년 동기 대비 15~64세 연령층의 고용률 증감분 추세를 보여준다.

[시론] 고용 시장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2013년 6월부터 고용률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3월~2019년 3월 고용률은 5개월간 거의 변하지 않았고 8개월간은 낮아졌다. 취업자 수 감소는 매우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2013년 1월~2017년 5월)과 이후(2017년 6월~2019년 3월)를 비교하면 15~64세 연령층의 고용률은 평균 1.26%포인트 낮아졌다. 15~64세 연령층 인구가 현재 약 3700만 명이므로 47만 명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육군 병력만큼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20대, 30대, 40대, 50대의 고용률은 각각 1.37%, 0.06%, 0.56%, 1.64%포인트씩 낮아졌다. 20대와 50대의 취업률 하락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60세 이상에서는 고용률이 0.18%포인트만 낮아졌다. 그간의 공적자금 투입이 이 연령층에 집중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60대 연령층이 공적자금에 의해 갖게 된 직업은 단기적이고, 생산성도 낮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현재 고용통계가 보여주는 큰 그림은 가정을 부양하고 생산성이 높은 30~50대 연령층의 고용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정책 당국자들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재정지출로 일시적 취업을 창출해 통계를 좋게 보이도록 꾸미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민 경제에 득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싶다.

고용률은 왜 낮아졌을까? 2018년 3월~2019년 3월에 국제환경이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오히려 2018년 한국 수출이 견실한 증가세를 보인 것은 세계 경기가 나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국내 환경 변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 기간에 가장 주목을 끄는 정책 변화는 임금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고용률 하락에 대한 답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유연성을 상실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고용비용 상승과 함께 고용 감소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라면 직장을 잃은 47만 명은 어쩌라는 말인가. 그들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근로자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고용률 하락이 지속되면 현 직장인들도 많은 수가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고용률 하락보다 높은 임금과 유연성을 상실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경제이론은 경제학자들이 만든 합리적 가정에 불과해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경제이론은 데이터가 지지해 주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는다. 자신들이 믿는 경제이론에 집착해 데이터가 지지하지 않는 정책을 고집한다면 이는 국민 경제에 큰 누가 될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