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난 푸틴…"6자회담 재가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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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北·러시아 정상회담
북핵문제에 적극 개입 의지
김정은 "의미있는 대화 나눴다"
북핵문제에 적극 개입 의지
김정은 "의미있는 대화 나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재가동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에 다자안보와 같은 체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 논의할 때 6자회담 체제가 가동돼야 한다”며 “남한과 미국의 보장 메커니즘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은 러시아가 북핵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도지만 김정은이 이를 수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어렵게 만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걷어찰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남북한과 함께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이 참가하는 다자협의체다. 2007년 10월 6차 회담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회담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그리고 공동의 국제적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는 이날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남조선 당국의 배신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러시아 보험' 들러 간 김정은…'북핵 해결사' 자처한 푸틴 대통령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5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은 양측이 ‘밀린 숙제’를 ‘절묘한 시점’에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는 2012년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벌써 세 번 만났다. 대러 관계 회복은 김정은에게 한 번은 해야 할 숙제다.
‘포스트 하노이’라는 동북아시아 정세가 두 정상의 만남을 촉진시켰다. 김정은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단번에 핵과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라는 미국의 ‘빅딜(일괄타결)’ 요구에 맞서려면 우군 확보가 필수다. ‘북핵 해결사’라는 역할은 ‘팽창주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주고받을 ‘선물’도 거의 없는 북·러 정상이 극동의 항구도시에서 얼굴을 맞댄 배경이다.
푸틴 - 김정은의 첫 만남
양국 정상은 이날 오후 2시5분(현지시간)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와 다리로 연결된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만났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에 이어 양측 수행원을 대동한 확대회담과 만찬을 했다.
회담 전 발언에서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은 각자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드러냈다. 김정은은 “전 세계의 초점이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집중돼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의제로 “조선반도 정책을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며,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만찬사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를 의제로 꺼냈음을 밝혔다.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2차 정상회담에서 2016년, 2017년에 결의된 5개의 민생·민수용 대북 제재 5건에 대한 전면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난해부터 줄곧 북한을 비호해왔다.
성명 발표도 없는 비공개 정상회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요구에 명확하게 답변을 내놨을 가능성은 낮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를 건드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원칙만 강조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신 6자회담이란 새로운 협상틀을 제안했다. 남북한과 미국을 비롯해 중·일·러까지 참여해 북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는 “(26일 열리는) 중국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미국 및 중국과 북·러 회담 결과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과 미·북 양자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북핵 제거에 대한 영향 주목
김정은이 ‘포스트 하노이’의 첫 대화 상대로 푸틴 대통령을 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좀 더 복잡한 방정식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는 늘 한반도에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개입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성원용 인천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나서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증해 주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중·러의 인도적 지원과 보이지 않는 원조에 기대 버티기 전략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에 다자안보와 같은 체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 논의할 때 6자회담 체제가 가동돼야 한다”며 “남한과 미국의 보장 메커니즘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은 러시아가 북핵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도지만 김정은이 이를 수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어렵게 만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걷어찰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남북한과 함께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이 참가하는 다자협의체다. 2007년 10월 6차 회담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회담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그리고 공동의 국제적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는 이날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남조선 당국의 배신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러시아 보험' 들러 간 김정은…'북핵 해결사' 자처한 푸틴 대통령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5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은 양측이 ‘밀린 숙제’를 ‘절묘한 시점’에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는 2012년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벌써 세 번 만났다. 대러 관계 회복은 김정은에게 한 번은 해야 할 숙제다.
‘포스트 하노이’라는 동북아시아 정세가 두 정상의 만남을 촉진시켰다. 김정은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단번에 핵과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라는 미국의 ‘빅딜(일괄타결)’ 요구에 맞서려면 우군 확보가 필수다. ‘북핵 해결사’라는 역할은 ‘팽창주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주고받을 ‘선물’도 거의 없는 북·러 정상이 극동의 항구도시에서 얼굴을 맞댄 배경이다.
푸틴 - 김정은의 첫 만남
양국 정상은 이날 오후 2시5분(현지시간)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와 다리로 연결된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만났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에 이어 양측 수행원을 대동한 확대회담과 만찬을 했다.
회담 전 발언에서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은 각자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드러냈다. 김정은은 “전 세계의 초점이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집중돼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의제로 “조선반도 정책을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며,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만찬사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를 의제로 꺼냈음을 밝혔다.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2차 정상회담에서 2016년, 2017년에 결의된 5개의 민생·민수용 대북 제재 5건에 대한 전면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난해부터 줄곧 북한을 비호해왔다.
성명 발표도 없는 비공개 정상회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요구에 명확하게 답변을 내놨을 가능성은 낮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를 건드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원칙만 강조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신 6자회담이란 새로운 협상틀을 제안했다. 남북한과 미국을 비롯해 중·일·러까지 참여해 북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는 “(26일 열리는) 중국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미국 및 중국과 북·러 회담 결과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과 미·북 양자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북핵 제거에 대한 영향 주목
김정은이 ‘포스트 하노이’의 첫 대화 상대로 푸틴 대통령을 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좀 더 복잡한 방정식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는 늘 한반도에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개입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성원용 인천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나서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증해 주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중·러의 인도적 지원과 보이지 않는 원조에 기대 버티기 전략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