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과 회담서 "WTO 개혁 강력한 메시지 국제사회에 던져야"
자민당 간사장 日식품 수입규제 완화 요청에 中 시진핑 "안전제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유럽연합(EU) 정상과 만나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강조했다고 일본 NHK가 26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현지시간) 벨기에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하며 WTO 개혁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그는 회담 후 "주요 20개국(G20)이 자유무역의 추진과 WTO의 개혁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져야 한다"며 "EU와도 연대해 가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WTO 개혁 문제는 회담 후 나온 공동 성명에도 포함됐다.

공동 성명은 "WTO 통상위원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상소기구가 본래의 기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NHK는 이와 관련해 WTO 상소기구가 지난 12일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福島)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을 내린 것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3일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도 WTO 개혁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역전패로 끝난 WTO 판정 이후 WTO에 대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판정을 내린 WTO의 상소기구의 위원이 7명 정원 중 3명뿐이었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위원 중 4명이 공석인 것은 미국이 위원의 임명과 재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데, 규정상 3명의 위원만으로도 심리와 판정을 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WTO에 대해서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지난 24일 중의원 특별위원회에서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을 퍼붓기도 했다.

고노 외무상은 "WTO 상소 기구는 한국의 조치가 WTO 협정에 부합하는지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무역상의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인데도 주요 쟁점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주로 자국 내 비판 여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 무용론'을 제기하자 이에 대항해 국제사회에서 WTO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국제 외교 무대에서 'WTO 개혁' 발언을 하며 마치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WTO의 판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상을 덧칠하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WTO의 판정이 나온 뒤 농수산물 수출 증가세가 견조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전날에는 내년 일본산 농수산물과 식품의 수출액 1조엔(약 10조4천만원) 달성을 위해 각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로드맵을 작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서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24일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만날 때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해 '안전제일'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말하며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후쿠시마를 비롯해 미야기(宮城), 니가타(新潟) 등 원전 주변 10개 현에서 생산된 식품과 사료 수입을 금지해 왔는데, 작년 11월 니가타현에서 생산된 쌀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했다.

이에 앞서 고노 다로 외무상은 지난 15일 중국의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면서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 해제를 요청하며 WTO 상소기구의 판정이 중국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