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학록 씨유메디칼 대표 "중국서 다빈치 잡는다…수술로봇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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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로봇 의료기기 업체 투자를 기반으로 씨유메디칼의 심장제세동기(AED)도 중국에서 판매 규모를 늘리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할 겁니다."
나학록 씨유메디칼 대표는 지난 23일 경기도 의왕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씨유메디칼의 자회사 씨유에이아이써지칼(CU A.I Surgical)은 약 34억원에 중국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 지분 10%를 지난달 취득했다.
2001년 설립된 씨유메디칼은 국내에서 최초, 세계에서 6번째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개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도 받았다. 현재 미국 독일 일본에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며 해외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나 대표는 "유럽에 7만~10만대, 일본 4만~5만대, 한국 1만대의 씨유메디칼의 AED가 깔려 있다"며 "필립스나 메드트로닉과 같은 거대 기업도 리콜 이슈가 발생했지만, 우리는 하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장제세동기(AED)로 한 우물을 팠지만, 제품을 저가로 판매하는 경쟁업체가 나오면서 수익성은 악화했다. 2011년 씨유메디칼은 매출 230억원, 영업이익 76억원 규모였지만, 2014년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매출은 247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4억원의 영업적자가 났다.
그는 "AED 연간 판매대수는 2011년 1만2000대에서 현재 3만대까지 2배 이상 늘었지만, 가격경쟁이 심화된 탓에 수익구조가 나빠졌다"고 했다.
외형 성장은 지속됐지만, 수익성이 아쉬웠다. 2017년 매출 583억원, 영업손실 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763억원, 영업이익 3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정책 수혜로 AED 입찰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었다. 지난해 5월부터 AED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300만원을 내야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지난해 7월 자회사 씨유헬스케어를 설립해 병원경영지원서비스(MSO) 사업을 통해 이익 규모를 확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중국 로봇 의료기기 사업에 출사표를 냈다. 중국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가 직접 씨유메디칼을 찾아왔다.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는 복강경 로봇 의료기기를 제작하며, 씨유메디칼은 부품과 수술에 필요한 소모품을 공급하는 구조다.
씨유메디칼과 씨유에이아이써지칼은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가 개발하는 복강경 수술로봇의 주요 부품 및 소모품의 20%를 10년간 공급하기로 했다. 동물 실험과 중국 내 인허가 진행을 위한 시제품 공급, 용역서비스 제공을 통해 1200만위안(약 20억원) 규모의 계약도 추가로 체결했다.
그는 "올 10월 동물 치료용 수술기기가 나오고 내년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될 것"이라며 "2021년에 본격적으로 판매가 진행될 계획이며, 첫 해 100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의 도전한다. 현재 다빈치는 복강경 수술로봇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 5000대를 판매했고, 중국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6대가 있다. 판매가격은 2500만위안(약 43억원) 정도다.
나 대표는 "다빈치 기기의 70% 가격으로 판매해도 첫 해 3000억원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빈치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와 접촉해 제품의 불편한 점을 들었고, 이를 개선한 제품으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 대표는 중국 정부가 로봇 수술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국은 2015년 '2025 중국 제조'를 발표했다. 10대 핵심산업 23개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10대 핵심산업에는 바이오 및 고급 의료기기도 포함됐다. 10대 핵심산업의 핵심기술 부품 및 기초소재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도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1억2000만위안(약 206억원) 규모의 공장을 지어주고, 산동성 쯔보시에 7만2727㎡(22만평)을 즈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에 맡겼다.
이번 로봇 수술기기 협업을 기회로 자동심장충격기 중국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중국에서 AED 입찰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조건이 제약으로 작용해왔다"며 "연내 합작법인 형태로 중국에도 법인을 만들고, 일부 공장도 만들어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제품 기술력에서 우위를 확보한 만큼 중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허가를 중점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FDA 승인을 받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유럽도 내년부터는 CE마크를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고 했다.
한국 판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국내법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선박협회·선주협회와 AED 4000대의 수의계약을 맺었다"며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도 AED를 의무 설치해야 하는데 아직 설치율은 50%밖에 되지 않는 만큼, 국내 시장 판매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 흑자전환에 유효하게 작용했던 병원 사업도 확대한다. 나 대표는 "지난해 7월 MSO 계약을 한 남양주 우리병원은 2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올 2월 무릎관절 수술을 도입하면서 병원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만큼, 올해 이익 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는 MSO 계약을 맺는 병원을 추가해, 의료 소모품과 의료기기 매출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나학록 씨유메디칼 대표는 지난 23일 경기도 의왕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씨유메디칼의 자회사 씨유에이아이써지칼(CU A.I Surgical)은 약 34억원에 중국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 지분 10%를 지난달 취득했다.
2001년 설립된 씨유메디칼은 국내에서 최초, 세계에서 6번째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개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도 받았다. 현재 미국 독일 일본에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며 해외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나 대표는 "유럽에 7만~10만대, 일본 4만~5만대, 한국 1만대의 씨유메디칼의 AED가 깔려 있다"며 "필립스나 메드트로닉과 같은 거대 기업도 리콜 이슈가 발생했지만, 우리는 하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장제세동기(AED)로 한 우물을 팠지만, 제품을 저가로 판매하는 경쟁업체가 나오면서 수익성은 악화했다. 2011년 씨유메디칼은 매출 230억원, 영업이익 76억원 규모였지만, 2014년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매출은 247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4억원의 영업적자가 났다.
그는 "AED 연간 판매대수는 2011년 1만2000대에서 현재 3만대까지 2배 이상 늘었지만, 가격경쟁이 심화된 탓에 수익구조가 나빠졌다"고 했다.
외형 성장은 지속됐지만, 수익성이 아쉬웠다. 2017년 매출 583억원, 영업손실 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763억원, 영업이익 3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정책 수혜로 AED 입찰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었다. 지난해 5월부터 AED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300만원을 내야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지난해 7월 자회사 씨유헬스케어를 설립해 병원경영지원서비스(MSO) 사업을 통해 이익 규모를 확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중국 로봇 의료기기 사업에 출사표를 냈다. 중국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가 직접 씨유메디칼을 찾아왔다.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는 복강경 로봇 의료기기를 제작하며, 씨유메디칼은 부품과 수술에 필요한 소모품을 공급하는 구조다.
씨유메디칼과 씨유에이아이써지칼은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가 개발하는 복강경 수술로봇의 주요 부품 및 소모품의 20%를 10년간 공급하기로 했다. 동물 실험과 중국 내 인허가 진행을 위한 시제품 공급, 용역서비스 제공을 통해 1200만위안(약 20억원) 규모의 계약도 추가로 체결했다.
그는 "올 10월 동물 치료용 수술기기가 나오고 내년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될 것"이라며 "2021년에 본격적으로 판매가 진행될 계획이며, 첫 해 100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의 도전한다. 현재 다빈치는 복강경 수술로봇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 5000대를 판매했고, 중국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6대가 있다. 판매가격은 2500만위안(약 43억원) 정도다.
나 대표는 "다빈치 기기의 70% 가격으로 판매해도 첫 해 3000억원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빈치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와 접촉해 제품의 불편한 점을 들었고, 이를 개선한 제품으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 대표는 중국 정부가 로봇 수술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국은 2015년 '2025 중국 제조'를 발표했다. 10대 핵심산업 23개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10대 핵심산업에는 바이오 및 고급 의료기기도 포함됐다. 10대 핵심산업의 핵심기술 부품 및 기초소재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도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1억2000만위안(약 206억원) 규모의 공장을 지어주고, 산동성 쯔보시에 7만2727㎡(22만평)을 즈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에 맡겼다.
이번 로봇 수술기기 협업을 기회로 자동심장충격기 중국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중국에서 AED 입찰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조건이 제약으로 작용해왔다"며 "연내 합작법인 형태로 중국에도 법인을 만들고, 일부 공장도 만들어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제품 기술력에서 우위를 확보한 만큼 중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허가를 중점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FDA 승인을 받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유럽도 내년부터는 CE마크를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고 했다.
한국 판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국내법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선박협회·선주협회와 AED 4000대의 수의계약을 맺었다"며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도 AED를 의무 설치해야 하는데 아직 설치율은 50%밖에 되지 않는 만큼, 국내 시장 판매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 흑자전환에 유효하게 작용했던 병원 사업도 확대한다. 나 대표는 "지난해 7월 MSO 계약을 한 남양주 우리병원은 2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올 2월 무릎관절 수술을 도입하면서 병원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만큼, 올해 이익 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는 MSO 계약을 맺는 병원을 추가해, 의료 소모품과 의료기기 매출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