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인력난…"두 곳 동시 화재땐 한쪽 포기"
지난 25일 경남 진주시 평거119안전센터. 22년 된 낡은 건물에는 화재진압대원과 펌프차 운전요원 등 다섯 명이 출동 대기 상태로 근무 중이었다. 근무시스템은 1일 3교대. 한 개 조가 일곱 명이지만 두 명의 구급대원은 30분에 한 번꼴로 오는 출동 신고로 센터에서 대기할 틈이 없었다. 지난해 평거119안전센터의 구조출동 건수는 848건. 구급요원만 필요한 구급출동 건수는 2716건에 달했다.

김병환 평거119안전센터 팀장은 “진주시 평거동부터 사천시에 이르는 관할지역(611.17㎢, 1인당 87.31㎢)을 생각하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전문 운전요원이 한 명뿐이어서 두 곳에서 동시에 화재가 발생하면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해 소방전술 무력화

보통 불을 끄는 펌프차에는 네 명의 대원이 탑승한다. 화재현장에선 수압을 조절하는 사람, 호스로 불을 끄는 사람, 화재현장에 투입되는 사람으로 역할을 나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소방청에 따르면 경남뿐 아니라 강원, 충남·북, 전남 등에서도 일부 119안전센터의 펌프차 탐승인원은 두 명에 불과했다. 유재연 춘천소방서 양구119안전센터장은 “두 명으로는 불이 번지는 것만 막을 뿐 화재 진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소방공무원의 98.6%는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지방공무원이다.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맞춰 인력, 장비를 보유하다 보니 출동소요시간, 근무요원 수 등 소방력에 차이가 생겼다. 지난해 현장인력은 법정 기준보다 25.4% 부족했다.

인력부족 문제는 소방 업무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유 센터장은 “인력이 부족해 소방 전술에 따라 작전을 펴기가 어렵다”며 “세 명이 출동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소방서 관계자는 “구급대원이 방화복을 싣고 가서 화재 진압을 도와줘야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털어놨다. 2017년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사건이 그랬다. 당시 선발대로 도착한 인원은 소방차 네 대와 소방관 13명이었다. 이 중 불을 끄는 데 투입된 진압대원은 여섯 명에 불과했다. 소방 호스를 잡는 두 명을 제외하면 건물에 뛰어들 수 있는 인원은 네 명이었다. 함께 출동한 굴절 사다리차도 탑승 정원은 세 명이지만 실제로는 운전사 한 명이 전부였다.

소방인력의 부족은 화재·재난 초기대응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통상 화재 신고 접수 후 5~10분을 ‘골든타임’으로 보는데 충북·전북 등에 있는 119안전센터의 최장거리 출동소요시간은 30분을 넘는 경우도 있다.

국가직화 통해 2만 명 충원 추진

정부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 2만 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또 소방장비 확충에만 쓰기로 돼 있는 소방안전교부금을 대폭 늘리면서 인건비에도 쓸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야 간 대치로 관련 법안은 아직 행정안전위에 계류 중이다. 소방인력 충원 재원을 소방안전교부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인건비 지출이 늘어 개인의 처우나 장비 수준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추진하면서 소방에 대한 시·도지사의 인사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서비스에 지역 편차가 있다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인사전횡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을 포기한 것은 반쪽짜리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추가영/진주=박진우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