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과 KB금융 간 ‘리딩금융그룹’ 경쟁이 부동산신탁 분야에서도 본격화한다. 신한금융이 인수한 아시아신탁이 그동안 금융지주 계열 중 선두를 지켜온 KB부동산신탁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 - KB '부동산신탁 전쟁' 막 올랐다
한 발 앞선 KB금융

신한금융은 최근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부동산신탁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정례회의에서 신한금융의 아시아신탁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신한금융은 KB금융, 하나금융에 이어 금융지주 중 세 번째로 부동산신탁사를 보유하게 됐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아 부동산을 관리·개발·처분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다른 금융 사업보다 투자 자본 대비 수익성이 높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힌다. 각 금융지주를 비롯해 증권사 등이 부동산신탁사업 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금융권에선 부동산신탁 분야를 둘러싼 신한금융과 KB금융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발주자인 신한금융이 자본을 바탕으로 아시아신탁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KB부동산신탁이 한 발 앞서 있다. KB부동산신탁은 금융지주 계열 중 유일하게 시장 점유율 ‘톱5’에 드는 회사다. 자기자본은 2358억원으로 아시아신탁(1036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각각 645억원과 337억원으로 차이가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책임준공형 신탁에 강점이 있다. 책임준공형 신탁은 건설 현장의 준공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위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형태의 신탁이다. 위험이 있는 대신 일반 신탁 상품보다 수수료율이 높아 수익성이 좋다. 올해 수장이 김청겸 대표로 바뀌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부동산신탁 시장에서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익성이 높은 책임준공형 신탁 분야 비중을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시장 침체에 대비해 소규모 정비 사업 등 다른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 “가파른 성장 가능”

신한금융은 그룹 사업과 연계해 전략적으로 신탁 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아시아신탁은 부동산 경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비차입형 신탁 등 대리사무 부문에 강점을 보여왔다. 앞으로는 책임준공신탁, 담보신탁을 활성화해 수익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게 신한금융의 전략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사업 강화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한다”며 “기존 고객을 기반으로 부동산 개발, 임대, 상품화를 패키지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영업 네트워크와 자본을 부동산신탁 분야에 투입할 경우 가파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부동산신탁 경쟁은 향후 리딩금융그룹 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1분기에는 신한금융의 순이익(9184억원)이 KB금융(8457억원)을 앞질렀다. 신한금융이 아시아신탁 지분 60%를 취득한 만큼 올 2분기부터는 해당 지분만큼의 실적이 추가로 반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두 금융지주가 각자의 자본력과 고객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