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포기와 집중'의 마법
‘선택과 집중’은 기업 경영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꼽힌다.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핵심 역량에 집중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선택’은 곧 ‘포기’다. 전략적으로 무엇을 선택하기 위해선 다른 것을 과감하게 버려야한다.

LG생활건강이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 3221억원으로 LG그룹 내에서 LG전자 다음으로 돈을 많이 번 회사가 됐다. ‘포기와 집중’ 전략의 결과다. LG생활건강이 ‘후’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2006년. 별다른 성과는 없었지만 제품에 대한 믿음으로 6년을 버텼다. 2012년 한류 열풍으로 판매가 크게 늘자 경영진은 중대 결정을 내렸다.

중저가 브랜드를 모두 철수시키고 럭셔리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제품을 더 고급화하자 중국 소비자들은 ‘사드 한파’에도 후를 찾았다.

독일 슈퍼마켓 체인 알디(ALDI)도 ‘포기와 집중’ 전략을 편 기업이다. 알디는 다양한 상품을 갖추는 대신 소품종의 질 좋은 제품을 저가에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알디 지역법인 대표를 지낸 디터 브란데스는 《단순하게 경영하라》에서 알디의 성공 비결을 11가지 황금률로 소개했다. 첫 번째는 ‘단순해져라’다. 알디는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덴마크 완구기업 레고의 부활 비결은 ‘기본으로 돌아가자’였다. 레고는 1990년대 비디오 게임과 PC게임 열풍이 불면서 위기를 맞았다. 놀이공원(레고랜드)을 비롯해 의류 시계 미디어 게임 등 무리한 사업 다각화도 발목을 잡았다. 1998년 첫 적자를 기록한 뒤 2004년에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구원투수로 영입된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의 경영방침은 단순했다.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 사업인 블록에 집중해 위기를 넘겼다.

일본 소니도 ‘선택과 집중’으로 부활했다. PC 사업을 매각하고 TV 사업도 고가 제품 위주로 재편했다. 디지털카메라의 핵심 부품인 이미지센서와 음향기기, 게임, 로봇 등의 사업에 집중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포기와 집중’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기업 경영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LG생활건강의 성과는 그래서 더 빛난다. 기업들이 잘나갈 때는 확장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위기가 닥쳐야 비로소 포기를 떠올린다. 이때는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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