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머·전기톱·쇠사슬…국회에 등장했던 기상천외한 '장비'들
국회에 속칭 ‘빠루(쇠지렛대)’가 등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긴급 의원총회에 빠루를 들고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안과 문을 부수기 위해 빠루와 망치, 장도리 등을 동원한 것을 뺏었다고 한국당은 주장했다. 민주당은 경호권 발동에 따라 국회 직원들이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에 기상천외한 장비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른바 ‘12·18 국회 폭력사태’가 일어났던 2008년 12월 18일 국회엔 빠루뿐만 아니라 쇠망치, 전기톱(그라인더)까지 동원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단독 상정을 위해 미리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에 진입했다. 그 후 바리케이드를 쳐 회의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관계자들이 바리케이드 해체를 위해 쇠망치와 전기톱 등 장비를 동원한 것이다. 야당은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를 사용해 문을 부수는 데 성공했으나 한나라당이 쌓아 높은 책상과 의자에 막혀 회의장 진입에는 실패했다.

2011년에는 이른바 ‘국회 최루탄’사건도 벌어졌다. 민주노동당 소속 김선동 의원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심의·처리를 위해 사회를 보던 정의화 부의장 쪽으로 최루탄을 터뜨리고 최루 분말을 뿌렸다. 순간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의원들은 혼비백산해 가스를 피하고자 흩어졌다.

2007년 12월 대선을 닷새 앞두고선 쇠사슬과 전기톱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점거한 뒤 모든 출입문을 쇠사슬로 묶어서 막았다.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전기톱으로 쇠사슬을 잘라냈다.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육박전을 벌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