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는 전날에 이어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 회의 개최를 막았고,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공수처 설치법을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이상민 위원장은 회의장 봉쇄가 계속되자 이날 밤 9시20분께 장소를 국회 본관 506호로 옮겨 전체 회의를 기습 소집했다. 18명 특위 재적 위원 중 이 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의원 7명 등 14명이 참석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18명 중 5분의 3인 11명 찬성이 필요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오지 않았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회의에 참석했다가 “원만한 회의 진행이 안 될 것 같다”며 자리를 떴다. 패스트트랙 찬성파인 이들 세 의원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 확보에 실패해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개의 한 시간 만인 오후 10시13분 산회를 선포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회의장 진입을 막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국회 회의 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한국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국회법 165조에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앞을 점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이날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바른미래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인 김동철, 김성식 의원이 불참해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두 의원은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당 분열을 먼저 추슬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같은 당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잠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전날 사개특위 위원 자격을 박탈한 오신환, 권은희 의원에게도 공개사과했다.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 내분이 해결되기 전까진 범(汎)여권이 패스트트랙을 강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과 정의당의 추진 의지가 강한 데다, 두 당 모두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한국당도 국회 내 농성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의 대치 국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