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류현진에 삼진·땅볼로 잡히다 좌전 안타로 반격
'냉정한 승부' 류현진·강정호, 삼진·안타에도 '무표정'
동갑내기 절친이어도 승부의 세계에서는 냉정함을 유지했다.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대결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피츠버그의 경기에서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선발투수로,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2회 초 강정호가 선두 타자로 나오면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둘의 만남은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 마지막 KBO리그 등판인 2012년 10월 4일 경기 이후 7년 만이다.

그러나 색다른 감회같은 건 두 선수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류현진은 다른 타자들을 상대하듯 공을 던졌고, 강정호도 다른 투수들을 상대하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친밀함을 표현하는 눈빛 교환도 없었다.

류현진은 초구로 시속 약 145㎞ 투심 패스트볼을 낮게 던졌다.

스트라이크였다.

강정호는 바깥쪽으로 빠진 2구에 헛스윙을 했다.

강정호는 3구 볼을 하나 골라냈지만, 4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강정호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마운드에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류현진도 그저 타자 한 명을 삼진으로 처리했다는 듯 덤덤하게 다음 타자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냉정한 승부' 류현진·강정호, 삼진·안타에도 '무표정'
4회 초 강정호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강정호는 초구 볼을 지켜본 뒤 시속 약 124㎞ 체인지업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3루수 땅볼로 잡혔다.

2회나 4회 모두 류현진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에 맥을 못 췄다.

다저스가 6-2로 앞선 6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류현진과 강정호가 다시 만났다.

둘은 풀 카운트로 팽팽하게 맞섰다.

강정호는 6구째 시속 약 143㎞ 컷 패스트볼을 잡아당겼다.

이 타구는 좌익수 방향 안타로 연결됐다.

빅리그에서 강정호가 류현진에게서 처음 때린 안타이자, 류현진이 강정호에게 처음 내준 안타다.

중계 화면에 비친 류현진과 강정호의 얼굴에서 특별한 감정이 읽히지는 않았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프란시스코 세르벨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강정호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수비 준비를 했다.

류현진이 7회까지 7이닝 8피안타(1피홈런) 10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가면서 둘의 대결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류현진은 강정호에게 타율 0.167(30타수 5안타)만 허용했다.

대신 강정호는 KBO리그 마지막 대결에서 솔로 홈런을 빼앗았다.

이날 경기도 처음 두 타석에서는 류현진이 웃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는 강정호가 기를 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한국인 선수 중 가장 성공한 투수·타자로 꼽히면서도 각각 부상과 사고로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던 류현진과 강정호의 7년 만의 재회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