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의 바로미터…강남 분양 스타트
봄 성수기를 맞아 서울 강남 분양시장 문이 활짝 열린다. 예년보다 다소 늦은 시점이지만 알짜 분양 물량이 집중된다.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과 가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강남 분양의 성패가 올해 분양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강남 분양 ‘스타트’

2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이 시작된다. 6월까지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5개 단지 3554가구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분은 738가구다. 예년보다 늦은 시점에 분양이 시작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네 배가량 많은 물량이다.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 단지가 줄줄이 공급된다. 포문은 GS건설이 연다. 지난 26일 ‘방배그랑자이’ 모델하우스를 개장했다. 방배동 옛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단지다. 최고 20층, 8개 동, 758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59㎡ 77가구와 74㎡ 53가구, 84㎡ 126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소형인 전용 59㎡에도 4베이 설계를 적용했다. 방 세 칸과 거실을 전면에 배치해 채광과 통풍이 좋은 구조다. 단지 인근에 지하철 2호선 방배역이 있다. 도심 단지로는 흔치 않게 주변에 녹지가 많다. 서리풀공원과 매봉재산, 우면산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
GS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배 그랑자이’(왼쪽)와 삼성물산이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 투시도.
GS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방배 그랑자이’(왼쪽)와 삼성물산이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 투시도.
현대건설은 일원동 대우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포레센트’를 공급한다. 개포지구의 1기 재건축 단지 가운데 막차 분양이다.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대청역이 가깝다. 아파트 옆 늘푸른공원과 바로 이어지도록 동선이 설계됐다. 사우나와 옥상정원 등 고급 입주민 편의시설을 들인다. 입주 땐 연접한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과 ‘디에이치 자이 개포’(2021년 입주) 등의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소음과 분진 등에 시달릴 염려가 없다. 아파트는 지상 최고 22층, 4개 동, 184가구로 이뤄진 소형 단지다.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59~121㎡ 62가구다. 30일 1순위 청약이 예정됐다.

삼성물산은 다음달 강남 한복판에서 ‘래미안 라클래시’를 분양한다.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하는 단지다. 지상 최고 35층, 7개 동, 679가구 가운데 115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전용 71㎡ 44가구와 84㎡ 71가구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이 아파트 바로 앞이다. 연주중과 영동고, 경기고, 진선여고가 가깝고 대치동 학원가도 가깝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강남권의 굵직한 개발 호재를 그대로 입는 단지다. 코엑스몰과 현대백화점 등 대형 편의시설도 가깝다.

강남은 다를까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 중후반대를 넘을 전망이다. 방배 그랑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687만원이다. 디에이치 포레센트 또한 3.3㎡당 4569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지난해 말 분양한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과 비교하면 3.3㎡당 100만~200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아직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승인을 받지 않은 래미안 라클래시와 역삼동 개나리4차 재건축은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후반~5000만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분양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분양 불패’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줄곧 떨어진 까닭이다. 1분기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8.6 대 1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37.5 대 1)보다 크게 낮다.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1순위에 청약을 마감하지 못하는 단지도 있다. 연초 분양한 단지들은 수개월째 미계약 물량 판촉을 진행 중이다.

당첨자들의 가점 역시 뚝 떨어지고 있다. 올 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18개 단지 당첨자의 ‘커트라인’ 평균은 31.50점으로 지난해(42.64점·28개 단지)보다 10점 이상 낮아졌다.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뽑는 전용 85㎡ 이하 주택형의 전체 당첨자 평균가점 또한 55.59점에서 46.59점으로 9점 떨어졌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사업팀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 분양 성적이 부진하면 올해 전국 분양시장이 침체에 접어드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난한 성공’을 점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조정폭이 크지 않은 데다 강남은 청약 대기 수요가 두터운 편”이라며 “청약자격과 중도금대출 문제로 초기 미계약 물량이 나올 수 있겠지만 무순위 청약을 통해 무리 없이 분양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