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교사가 없어서 과목이 사라지고, 과목 채택률이 떨어지니 교사가 멸종되는 악순환입니다.”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신경준 교사는 환경교육이 ‘멸종 위기’라고 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쓰레기 대란 등에 국민적 관심이 커지는 데 비해 환경교육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호소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 중 환경 과목을 채택한 학교는 9%(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조차도 허수다. 고3 시간표에 환경을 넣어놓고 자습시간으로 쓰는 곳이 많다. 환경교육 전공 교사는 전국에 50여 명뿐. 나머지는 관련 연수를 받고 환경 과목도 가르치는 타 과목 교사다. 2009년 이후 새로 임용된 환경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학교도 참고할 만한 ‘모범학교’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최근 환경부는 환경교육 선도학교인 ‘꿈꾸는 환경학교’ 3기 학교 다섯 곳을 선정했다. 8개 정도를 선정하려 신청을 받았지만 전국에서 7개 학교만 손을 들었다. 그중 2개 학교는 환경 과목 운영, 환경교사 배치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환경 과목과 교사가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학교 현장은 ‘수능에 도움 안 되는 과목’이란 이유로 환경교육을 등한시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부는 명확한 환경교육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정부는 ‘환경교육진흥법’을 제정한 데 이어 ‘환경교육 종합계획’까지 수립했지만 환경교육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환경교육진흥위원회는 10년간 회의 실적이 네 번뿐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월 과(課)에 준하는 환경교육팀을 신설하고 환경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환경부의 환경교육 예산은 126억4300만원으로 전년(128억4000만원)보다 줄었다. 환경 과목 명칭도 정권 따라 오락가락한다. 이명박 정부 때 ‘환경’에서 ‘환경과 녹색성장’으로 바뀌었다가 이번 정부 들어 원위치됐다.

정부는 5년마다 환경교육 종합계획을 내고 있다. 내년엔 3차 환경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보고서 겉표지에 숫자만 업데이트되지 않을까 하는 게 환경 과목 선생님들의 솔직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