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펀드에는 펀드매니저의 운용 철학은 물론 시장과 종목을 보는 눈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대형 펀드일수록 특히 그렇다. 투자자들이 펀드를 고를 때 수익률뿐만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누군지를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는 운용하는 매니저가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교체가 잦은 탓이다.
1년간 펀드매니저 3~4번 교체하는데…수익률 좋을리 있나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자산운용과 B자산운용이 각각 운용 중인 ‘A중소형주’ 펀드와 ‘B중소형주’ 펀드의 담당 매니저는 지난해만 세 차례나 교체됐고, C자산운용의 ‘C중소형주’ 펀드도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담당 매니저가 바뀌었다. 펀드매니저 교체가 잦다보니 수익률이 좋을 리 없다. A펀드와 C펀드는 모두 26일 기준 누적 수익률이 -25%에 달했고 B펀드 역시 -10.46%로 부진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담당 매니저의 퇴사 및 이직에 따른 불가피한 교체도 있지만 최근 들어 회사 내부 인사 사정 등으로 인해 매니저를 수시로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장수 펀드매니저가 흔한 편이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의 마젤란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를 운용한 전설적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 은퇴 직전까지 13년 동안 한 펀드를 위해 일했다. 그의 재임 기간 마젤란 펀드는 누적 수익률 2703%, 연평균 수익률 29%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연평균 상승률의 두 배 수준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 5년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조차 밑도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4~2018년) 국내 주식형 펀드(액티브 공모펀드)가 코스피지수보다 나은 성적을 낸 해는 2015년과 2018년 딱 두 차례에 그쳤다. 심지어 2016년 코스피지수가 3.33% 상승할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는 역으로 3.88% 손실을 내면서 시장 손실률 대비 초과 손실률만 -7.166%포인트에 달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