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용 꼬깔콘' 히트…그 뒤엔 트렌드 읽는 AI 있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6월 ‘꼬깔콘 버팔로윙맛’을 출시했다. ‘혼맥족(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맵고 달고 짠 맛을 적절히 조합한 스낵이다. 출시와 함께 “혼맥족 안주로 딱”이라고 마케팅했다. 성공적이었다.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봉지 이상 팔렸다. 한 시장조사업체의 안주 선호도 조사에서 꼬깔콘 순위는 11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안주용 꼬깔콘' 히트…그 뒤엔 트렌드 읽는 AI 있었다
꼬깔콘 버팔로윙맛의 제품 기획과 마케팅엔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됐다. 롯데제과는 IBM과 협업해 AI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과 판매 자료, 소비자 유형 등을 분석했다. 송기홍 한국IBM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 대표(사진)는 “AI,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확산하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 및 활용 속도가 기업의 생존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로 혁신한 기업들

송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IBM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그는 “일부 기업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며 롯데제과를 예로 들었다.

롯데제과는 과거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와 단순 판매 정보 등에 의존해 신제품을 기획했다. 지난해부터 IBM과 협업해 ‘엘시아’란 플랫폼을 구축, 활용하고 있다. 엘시아는 AI로 트렌드를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IBM의 AI 콘텐츠 분석 플랫폼인 ‘IBM 왓슨 익스플로러’를 바탕으로 수천만 건의 SNS 게시글과 판매 자료, 소비자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제품과 관련된 소비 경향을 예측한다. 송 대표는 “엘시아가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파악, 안주로 적당한 과자를 제안해 히트를 쳤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캐나다 금 생산업체 골드코프가 IBM 왓슨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이 회사는 80여 년간 쌓아놓은 방대한 지질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던 자료 분석 작업에 AI를 적용해 시간을 단축했다. 호주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도 마찬가지다. IBM 왓슨이 3만8000개의 문서를 학습, 자료를 분석함에 따라 직원들이 자료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75%가량 줄였다.

'안주용 꼬깔콘' 히트…그 뒤엔 트렌드 읽는 AI 있었다
“AI와 클라우드 도입은 필수”

송 대표는 또 클라우드를 예로 들었다. 과거엔 재무·회계 정보를 종이에 직접 작성해 보관했으나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 저장 매체로 옮길 수 있게 됐다. 그는 “최근엔 기업이 보관하고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클라우드를 활용해야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은 보안 등의 이유로 클라우드 도입을 꺼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국내 10인 이상 기업 중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12.9%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인 24.8%의 절반 수준이다. 조사 대상을 1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면 이용률은 4.1%까지 떨어진다.

송 대표는 “그동안 한국 기업의 성공을 이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 다른 기업의 ‘시행착오’를 보고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제조업 등에서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통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했다. 예컨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한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업체가 따라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IBM은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지난해 말 ‘IBM 서비스’란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에 관련 업무를 맡았던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 등을 통합했다. 컨설팅부터 서비스 구축과 운영, 보수, 유지 등 전 과정을 한 번에 제공한다. 송 대표는 “IBM은 AI,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등 원천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가장 효과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프록터앤드갬블(P&G), 맥킨지, 딜로이트컨설팅 등을 거쳐 IBM에 합류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