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기업 총수 대거 바뀐다…공정위, 내달 초 신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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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그룹의 총수가 대거 바뀔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초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을 발표한다. 이들 그룹을 대표하는 ‘동일인(총수)’도 지정한다.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총수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이다. LG(구본무) 두산(박용곤) 한진(조양호) 등의 총수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타계한 기존 총수를 대신해 각각 구광모 박정원 조원태 회장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가 퇴진한 금호아시아나(박삼구)와 코오롱(이웅열) 그룹의 ‘얼굴’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자산 매각과 인수합병(M&A) 여파로 주요 그룹의 재계 순위 변동이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광모·박정원·조원태 새 총수 지정 유력…금호·코오롱도 바뀔지 관심
매년 5월 1일께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엔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이란 제목의 두툼한 보도자료가 배포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부가 공식 인증한 한국의 ‘대기업’ 명단이다. 최근 재계의 관심은 보도자료에 들어가는 동일인(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 명단에 쏠리고 있다. 작년엔 삼성, 롯데그룹의 동일인이 바뀌었다.
올해는 LG 등 주요 그룹 동일인이 대거 변경될 전망이다. 최근 1년 새 총수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거나 별세한 그룹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해득실 파악에 분주하다. 동일인이 변경되면 특수관계인 범위가 바뀐다. 지분 관계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계열사들도 달라진다.
신규 동일인 8일께 발표
28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 8일께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한다.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엔 자산총액(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이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출자제한집단)과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의 경영 현황이 포함된다. 재계 관계자는 “매년 5월 1일께 공정위가 자료를 배포했지만 올해는 일부 그룹의 자료 제출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과거 재계의 관심은 ‘어떤 그룹이 대기업집단에 들어가는지’에 쏠렸다. 공정거래법의 강력한 규제를 새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공시집단 소속 기업엔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 회사의 중요사항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출자제한집단엔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등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추가된다.
최근 관심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뜻하는 ‘동일인’ 변경 여부에 집중된다. 주요 그룹에서 창업주나 2세의 퇴진과 3세 등장이 잦아져서다. 작년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 동일인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을 대신했다.
재계 총수에 40~50대 대거 진입
올해는 LG, 두산, 한진, 코오롱그룹 등의 동일인이 바뀔 전망이다. LG그룹은 고(故)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광모 LG그룹 회장(41)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게 유력하다. 기존 동일인이었던 박용곤 명예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박정원 두산 회장(57)과 조원태 한진 회장(44)이 신규 동일인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크다. 주요 그룹 총수에 40~50대 젊은피가 수혈되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49)이 동일인으로 지정될지도 관심사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이후 현대차그룹의 인사와 경영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식 직위, 소유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에 대한 영향력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한 뒤 기업과 긴밀하게 협의해 동일인을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동일인은 공시 및 보고 책임져야
기업들은 동일인 변경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바빠졌다. 동일인은 회사의 일반 현황, 주주 및 임원 구성,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 공정위에 제출하는 자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류 ‘고의 누락’ 등이 드러나면 동일인은 검찰에 고발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해외계열사 신고 누락으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에게 1억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동일인이 바뀌면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달라진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에 따라 계열사 등도 변경된다. 파장은 적지 않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2항에 따라 동일인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 20%)를 규제한다.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이 바뀌면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계열사가 새로 포함될 수 있다.
4대 그룹 순위 변동 가능성
2006년 이후 재계 순위는 1위 삼성, 2위 현대차, 3위 SK, 4위 LG 구도가 굳어져 있다. 올해는 SK가 현대차를 제칠 수 있을지, 5위 롯데가 4위 LG를 밀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2, 3위 차이는 2017년 말 기준 33조2000억원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7조원대(현대차 220조6000억원, SK 213조2000억원)로 좁혀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자산 11조9000억원)은 아직 아시아나항공(자산 약 6조9000억원)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다음달 발표에선 출자제한집단 소속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2항을 보면 총자산 10조원 이상이던 그룹의 총자산이 7조원 이하로 줄어들면 출자제한집단 지정이 해제된다. 만약 3조5000억원 밑으로 곤두박질치면 공시집단에서도 제외된다.
장창민/황정수/강현우 기자 hjs@hankyung.com
2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초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을 발표한다. 이들 그룹을 대표하는 ‘동일인(총수)’도 지정한다.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총수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이다. LG(구본무) 두산(박용곤) 한진(조양호) 등의 총수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타계한 기존 총수를 대신해 각각 구광모 박정원 조원태 회장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가 퇴진한 금호아시아나(박삼구)와 코오롱(이웅열) 그룹의 ‘얼굴’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자산 매각과 인수합병(M&A) 여파로 주요 그룹의 재계 순위 변동이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광모·박정원·조원태 새 총수 지정 유력…금호·코오롱도 바뀔지 관심
매년 5월 1일께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엔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이란 제목의 두툼한 보도자료가 배포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부가 공식 인증한 한국의 ‘대기업’ 명단이다. 최근 재계의 관심은 보도자료에 들어가는 동일인(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 명단에 쏠리고 있다. 작년엔 삼성, 롯데그룹의 동일인이 바뀌었다.
올해는 LG 등 주요 그룹 동일인이 대거 변경될 전망이다. 최근 1년 새 총수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거나 별세한 그룹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해득실 파악에 분주하다. 동일인이 변경되면 특수관계인 범위가 바뀐다. 지분 관계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계열사들도 달라진다.
신규 동일인 8일께 발표
28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 8일께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한다.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엔 자산총액(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이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출자제한집단)과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의 경영 현황이 포함된다. 재계 관계자는 “매년 5월 1일께 공정위가 자료를 배포했지만 올해는 일부 그룹의 자료 제출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과거 재계의 관심은 ‘어떤 그룹이 대기업집단에 들어가는지’에 쏠렸다. 공정거래법의 강력한 규제를 새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공시집단 소속 기업엔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 회사의 중요사항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출자제한집단엔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등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추가된다.
최근 관심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뜻하는 ‘동일인’ 변경 여부에 집중된다. 주요 그룹에서 창업주나 2세의 퇴진과 3세 등장이 잦아져서다. 작년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 동일인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을 대신했다.
재계 총수에 40~50대 대거 진입
올해는 LG, 두산, 한진, 코오롱그룹 등의 동일인이 바뀔 전망이다. LG그룹은 고(故)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광모 LG그룹 회장(41)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게 유력하다. 기존 동일인이었던 박용곤 명예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박정원 두산 회장(57)과 조원태 한진 회장(44)이 신규 동일인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크다. 주요 그룹 총수에 40~50대 젊은피가 수혈되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49)이 동일인으로 지정될지도 관심사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이후 현대차그룹의 인사와 경영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식 직위, 소유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에 대한 영향력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한 뒤 기업과 긴밀하게 협의해 동일인을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동일인은 공시 및 보고 책임져야
기업들은 동일인 변경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바빠졌다. 동일인은 회사의 일반 현황, 주주 및 임원 구성,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 공정위에 제출하는 자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류 ‘고의 누락’ 등이 드러나면 동일인은 검찰에 고발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해외계열사 신고 누락으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에게 1억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동일인이 바뀌면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달라진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에 따라 계열사 등도 변경된다. 파장은 적지 않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2항에 따라 동일인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 20%)를 규제한다.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이 바뀌면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계열사가 새로 포함될 수 있다.
4대 그룹 순위 변동 가능성
2006년 이후 재계 순위는 1위 삼성, 2위 현대차, 3위 SK, 4위 LG 구도가 굳어져 있다. 올해는 SK가 현대차를 제칠 수 있을지, 5위 롯데가 4위 LG를 밀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2, 3위 차이는 2017년 말 기준 33조2000억원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7조원대(현대차 220조6000억원, SK 213조2000억원)로 좁혀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자산 11조9000억원)은 아직 아시아나항공(자산 약 6조9000억원)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다음달 발표에선 출자제한집단 소속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2항을 보면 총자산 10조원 이상이던 그룹의 총자산이 7조원 이하로 줄어들면 출자제한집단 지정이 해제된다. 만약 3조5000억원 밑으로 곤두박질치면 공시집단에서도 제외된다.
장창민/황정수/강현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