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하는 유승민
기자회견하는 유승민 "불법 사보임 취소해야"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28일 "사법개혁특별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보임 철회를 문희상 국회의장과 손학규·김관영 지도부에 공식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사보임은 국회법 48조 6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께 촉구한다"며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불법 사보임을 당장 취소하고 원위치로 돌려서 이 두 분이 사개특위에서 양심과 소신에 따를 수 있도록 하라"고 호소했다.

또 문 국회의장에게 "국회의 이 부끄러운 야만적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의 대표이고 평소 의회주의자이신 의장이 사보임을 법대로 바로 잡아달라"며 "잘못된 결정에 대해 사과하고 바로 잡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에 "지난 12월의 합의정신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정성 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 진지한 자세로 참여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라"면서 더불어민주당에게는 "패스트트랙을 해제하고 두 특위의 정상적인 운영을 국민 앞에 약속하라"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여야를 떠나 우리 모두 의회주의의 원칙과 상식으로 돌아가자고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자신의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김관영 원내대표의 탄핵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사보임 논란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국회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회사무처측은 "그동안의 일관된 관행의 연장성산에서 국회법 제 48조 제 6항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사보임 결정을 했다"며 "문 의장은 작년 7월 취임한 이후 임시회 회기 중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 총 238건의 위원 개선 요청을 받아 이를 모두 재가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 개선(교체)도 이 같은 관례를 따른 조치"라고 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사보임>의 정확한 개념은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이 스스로 그만두고 물러나면 후임자를 그 자리에 보충하는 절차'로 해석되어야 한다"면서 "이 정확한 해석을 전제로 해당 위원의 자발적 사퇴의사가 필요한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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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의회주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국회는 패스트트랙 때문에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서민들은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힘들고 우리 경제는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경제, 민생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패스트트랙의 벽이 온 나라를 가로막고 있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그 경위가 어찌 되었든 참으로 송구합니다.

이 혼란은 지난 23일 바른미래당의 의원총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할거냐를 두고 바른미래당은 격론 끝에 당론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당론을 정하지 못했으니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위원들의 양심과 소신에 맡기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이 당연한 상식을 지키기 위해 의원총회의 표결 직전에 저는 의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사보임은 국회법 48조 6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이기 때문에 그런 불법은 안하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원내대표에게 요구했고, 원내대표는 모든 의원들 앞에서 분명히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오신환 의원과 권은희 의원은 결국 불법으로 강제 사보임 당했습니다. 이 불법과 거짓 때문에 지금 의회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가 파괴되었습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도 지키지 않으면서 무슨 사법개혁을 하고 정치개혁을 한다는 말입니까.

선거법은 국민의 대표를 어떻게 선출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문제입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선거법만큼은 여와 야가 합의로 개정하는 전통을 지켜왔습니다. 여야 합의 없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다수의 힘으로 선거법을 고치려는데 바른미래당이 이 야합에 가담한다는 것은 결코 바르지 않습니다. 국민도 모르는 연동형 비례제를 해서 비례대표 몇 석을 더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바른미래당이 법과 원칙을 파괴하는 공모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수의 힘으로 선거법마저 바꾸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21대 국회부터 다수의 힘을 동원한 불법공모가 판을 쳐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공수처법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고위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법으로서 그 핵심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입니다. 문재인정권이 적폐청산의 미명 하에 검찰을 동원하여 지난 2년간 정치보복을 해오는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실종되었습니다. 검찰조차 개혁할 의지가 없는 이 정권이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공수처로 검찰을 지배하고 공수처를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쓰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께 촉구합니다. 오신환, 권은희 의원의 불법 사보임을 당장 취소하고 원위치로 돌려서 이 두 분이 사개특위에서 양심과 소신에 따를 수 있도록 하십시오.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강제 사보임이 중대한 잘못임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의원님들의 양심에 호소합니다. 우리 바른미래당은 저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이건 아니라고 말해주십시오. 민주당·정의당·평화당의 야합에 가담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십시오. 법과 원칙을 파괴하는 범죄의 공모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해주십시오.

문희상 국회의장께 요구합니다. 저는 의장님께서 불법 사보임을 당연히 거절하실 줄 알았습니다. 지금이라고 늦지 않습니다. 국회의 이 부끄러운 야만적 상황을 막기 위해 국회의 대표이시고 평소 의회주의자이신 의장님께서 사보임을 법대로 바로 잡아 주십시오.

잘못된 결정에 대해 사과하고 바로 잡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불법과 거짓의 책임자들 중 어느 한 분이라도 역사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오늘 국민 앞에 바른 길을 가겠다고 약속한다면, 국회는, 우리 정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게 제안합니다.

먼저 자유한국당은 지난 12월의 합의정신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정성 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 진지한 자세로 참여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해 주십시오.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을 해제하고 두 특위의 정상적인 운영을 국민 앞에 약속해 주십시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여야를 떠나 우리 모두 의회주의의 원칙과 상식으로 돌아가자고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