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중국 업체는 정보당국과 협력" 각료들 반발 확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자국 5세대(5G) 통신망 구축에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일부 참여를 허용한 데 미국이 강력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이 영국 각료로는 처음으로 화웨이 참여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28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메이 총리가 사임할 경우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헌트 장관은 메이 총리가 지난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부 각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핵심 분야'에 대한 화웨이의 통신망 구축 참여를 허용키로 결정한 것을 공개 비판했다.

헌트 장관은 아프리카 방문 출발에 앞서 "화웨이는 법적으로 중국 정보당국과 협력하도록 돼있다"면서 "영국은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하는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英 헌트 외교, 메이 총리 화웨이 참여 결정에 공개 우려 표명
헌트 장관은 "서방의 대형 통신회사와 달리 중국의 대형 업체들은 중국 당국이 상당 부분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우리가 (국가의) 역할에 대해 일정 부분 조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다고 그들의 역할이 자동으로 해악적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중국은) 지난 2017년 소유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자국 업체들에 정보당국과 협력하도록 규정한 법을 제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헌트 장관은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이러한 고려들을 매우 신중하게 숙고해야 함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는 지난주 주요 각료들이 참석한 NSC에서 안테나와 같은 5G 통신망 비핵심 분야에 대한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키로 결정을 내렸으나 당시 헌트 장관과 개빈 윌리엄슨 국방, 사지드 자비드 내무, 리엄 폭스 국제통상, 그리고 페니 모던트 국제개발 장관 등 핵심 각료들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미 행정부는 영국 정부가 화웨이 참여 결정을 재고하도록 요청하면서 국무부 관계자를 파견해 화웨이 장비 사용의 위험성을 영국 측에 브리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스파이 행위를 우려해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업체를 배제할 것을 동맹들과 함께 압박해왔다.

중국은 미국의 간섭에 반발, 영국 주재 대사를 통해 "외부의 압력에 저항해 독립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트 장관은 영국이 다른 국가의 영향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일축하면서 영국은 국익을 위해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중국의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헌트 장관은 또 당시 NSC 회의 기밀 유출 조사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바 있다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헌트 장관은 부인이 중국계이다.

한편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국방차관도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글로벌 강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경제, 정치,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군사적 영향력이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지정학적 문제들이 해소되기 전에는 우리의 통신망에 대한 화웨이의 직접 접근을 허용하는 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