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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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배당금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입김’이 세지면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배당금이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753개사) 중 현금배당을 한 상장사(546개사)의 배당금 총액이 총 30조359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발표했다. 2017년 배당금 총액(27조7983억원)에 비해 9.23% 늘었다.

상장사 한 곳당 평균 배당금도 55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이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배당 확대 요구가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배당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은 30.33%로 전년에 비해 3.61%포인트 증가했다. 상장사 순이익의 약 3분의 1을 배당에 썼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상장사들의 전체 시가총액(연말 기준 총 1161조9400억원)은 1년 전보다 21.87% 감소했다.

하지만 배당금이 늘어난 덕에 지난해 상장사 시가배당률(주당배당금/배당금 기준일 현재 주가)은 전년보다 0.26%포인트 상승한 2.21%를 나타냈다. 작년 현금배당을 실시한 546개사 중 502개사(91.94%)가 2년(2017~2018년) 연속 배당을 했다. 5년 연속 배당을 한 상장사도 402곳에 달했다.

지난해 중간배당을 한 기업은 35곳이었다. 2016년 22개사, 2017년 29개사 등으로 최근 수년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4곳은 차등배당을 했다. 차등배당은 대주주가 배당받을 권리를 포기하거나 소액주주보다 낮은 배당률을 받는 배당정책이다.

배당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일각에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한 성장전략을 구사해왔다”며 “지나친 배당 확대는 이런 전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