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세대 대표 온라인 장터로 '우뚝'
요즘 10대들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주고받는 대화다. 번장은 중고 거래 플랫폼 서비스인 번개장터를 부르는 별명이고, 번개톡은 번개장터 전용 메신저다.
2011년 설립된 번개장터가 국내 대표적 개인 간(C2C) 서비스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1300만 명이 번개장터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았고, 이 중 10~30대가 70%에 달한다. 지난해 거래액은 2600억원을 넘었다. 매달 중고 물품 160만 개가 등록돼 이 중 50만 개가량이 거래된다. 번개장터는 ‘편하고 안전한 중고 거래’를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안심 중고 거래 위해 사기꾼과 전쟁
그동안 중고 거래를 하려면 번거롭고 귀찮았다.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으로 물건 사진을 찍어 첨부파일로 올린 뒤 글을 썼다. 상대방과 연락하기 위해선 내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야 했다. 거래하면서 혹시 사기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개발자 출신인 장원귀 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다. 모바일에서 물건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리기까지 5분이 안 걸리도록 설계했다. 개인 간 거래를 ‘e커머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에스크로 기반의 안심간편결제 서비스인 번개페이, 안전송금 서비스인 번개송금 등을 개발했다. 중고 거래 업계 최초로 전용 보험인 번개보험도 내놨다. 최대 100만원까지 보장해 준다.
장 대표가 또 매달린 건 신뢰 구축이다. ‘사기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기꾼 잡는 일에 뛰어들었다. 사기 전력이 있는 사용자의 연락처, 계좌번호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이들이 거래하면 자동 차단되도록 했다. 번개톡은 실명 인증을 거치도록 해 사고 발생 시 개인정보 추적이 쉽게 했다.
급기야 장 대표는 앱 초기화면에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저 대푭니다. 사기당하면 연락주세요. 해결해 드릴게요”라고 공언했다. 매일 1시간씩 관련 상담을 했고, 연락이 두절된 판매자에게 전화 수십 통을 걸어 문제를 해결했다. 전체 직원 60명 중 6분의 1이 사기를 잡아내기 위해 밤 12시까지 모니터링한다. 장 대표는 “한 번 사기를 당하면 중고 거래 자체를 안 하게 되는 게 사람 심리”라며 “번개장터의 사기 건수는 전체 거래의 0.16%로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장담했다.
“중고 거래 시장 발전 가능성 무한”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현재 20조원으로 10년간 5배나 성장했다. 번개장터는 중고 자동차, 신용대출, 아울렛, 재능 거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고차 등록 수수료를 안 받는 파격을 내세우자 1년 반 만에 딜러 700여 명이 차량 3만 대를 등록했다. 이월된 의류와 잡화를 파는 아울렛 매장도 곧 선보일 계획이다.
번개장터의 주축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다. 중고 거래를 ‘알뜰 소비’가 아니라 ‘트렌디한 소비’로 여기는 이들의 인식 변화도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거래되는 물품이 한정판 상품, 절판된 책, 연예인 굿즈(관련 상품), 수공예품, 빈티지 등으로 다양해진 것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장 대표는 “저렴하면서도 가치를 담은 중고 거래 서비스로 중고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