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과 '맞대결'
우리-하나 '3위 금융지주' 경쟁
우리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출범한 지주회사 체제를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우리금융의 승부수다. 롯데카드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하나금융지주는 ‘복병’을 만났다.
인수전, 다시 안갯속으로
29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당초 롯데카드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와 MBK, 한앤컴퍼니 등 세 후보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한화그룹이 막판 불참하면서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무난히 인수전의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MBK의 손을 잡고 깜짝 참여하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을 각각 60%와 20% 인수하는 구조로 컨소시엄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계속 보유한다. 인수후보들이 롯데카드 100%의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투자금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서 승리하면 향후 우리은행이 MBK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사들여 롯데카드를 자회사로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해진 금융지주사 순위 쟁탈전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엔 ‘금융지주사 순위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이후 첫 분기인 지난 1분기 실적에서 56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하나금융을 제치고 업계 3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1539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하면 3위 금융지주사 경쟁에서 성큼 앞서나갈 수 있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손에 넣으면 우리금융은 4위로 밀려나게 된다.
우리금융은 올해 1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지주사 체제 구축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최근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데 이어 국제자산신탁과도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자산 순위 6위로 국내 8개 카드회사 가운데 하위권인 우리카드를 단숨에 ‘카드업계 빅3’로 올려놓을 수 있는 점도 우리은행이 도전장을 낸 이유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우리카드+롯데카드’의 자산은 22조6358억원으로 불어난다. KB국민카드(20조5074억원)와 현대카드(15조9438억원)를 밀어내고 3위가 된다. 업계 1, 2위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2006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이후 13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대형 카드사 매물”이라며 “순위 쟁탈전을 벌이는 금융지주사들에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우량(VIP) 고객이 많은 롯데카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인이다.
MBK로선 우리은행과 손을 잡으면서 인수에 성공한 뒤 거쳐야 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PEF 운용사 홀로 나서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 부담도 9000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
정영효/정소람/김대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