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해 관심을 모았던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백련산파크자이’(사진) 아파트에서 총 10가구 미계약이 나왔다. 43가구 공급에 1578명이 몰릴 만큼 분위기가 뜨거웠지만 막상 4분의 1에 달하는 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대출 규제와 높은 분양가 등으로 서울의 청약시장 열기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백련산파크자이는 지하 4층~지상 최고 20층, 9개 동, 전용면적 49~84㎡, 총 678가구 규모 단지다. 2016년 6월 일반분양을 마쳤고 지난 2월 준공해 입주를 시작했다. 예비용으로 확보해둔 보류지와 현금 청산자 등을 통해 남은 물량을 지난달 분양했다. 당시 평균 경쟁률 36.7 대 1, 최고 경쟁률은 128 대 1을 기록하는 등 많은 수요가 몰렸지만 계약 시점에 와선 상당수 사람이 판단을 바꿨다.

전용 84㎡의 분양가는 6억6100만~6억7710만원으로 이 평형 평균시세(7억2000만원)와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당첨자는 약 3개월 안에 잔금을 모두 치러야 해 한번에 목돈을 준비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저층 등 비선호적인 부분과 최근 달라진 시장 분위기, 대출 규제 등이 맞물려 비교적 높은 비중의 포기자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근 실수요를 감안하면 물량 소진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공사인 GS건설은 다음달 2일 잔여물량 10가구에 대한 인터넷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고 29일 밝혔다. 이 중 5가구가 저층인 1층(전용 55~59㎡)이며, 중층(5~7층·59㎡) 3가구, 고층(16층·84㎡) 2가구다. 무순위 당첨자는 3일 발표돼 4일 계약을 진행한다.

달라진 분위기에 계약금 비중을 낮추는 청약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음달 분양하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전용면적 59㎡와 84㎡의 계약금 비중을 10%로 낮출 예정이다. 앞서 분양한 서울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와 ‘신내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도 계약금이 모두 10%였다. 청약시장에 많은 수요가 몰린 지난해엔 계약금을 20%로 올려 초기자금을 확보한 건설사가 많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도 계약금이 낮아지는 분위기”라며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