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피커를 둘러싼 경쟁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음성’에다 ‘시각’ 요소를 가미한 스피커가 그 중심에 있다. 화면(디스플레이) 기능을 넣은 AI 스피커다. 디스플레이를 갖춘 AI 스피커는 음성 정보의 한계를 보완하고 영상 콘텐츠도 제공한다. 그만큼 소비자 편의성이 높은 스피커다. 시장 성장성도 크다는 전망이다. 통신사를 포함한 국내외 업체가 잇따라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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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AI 스피커’ 속속 출시

KT는 29일 디스플레이 화면과 셋톱박스를 결합한 디스플레이 일체형 AI TV ‘기가지니 테이블TV’를 공개했다. 다음달 2일부터 판매한다. 음성 기능만 있던 AI 스피커 ‘기가지니’에서 더 나아가 11.6인치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형태다. 가정용 제품으로 출시된다. 지난해 KT는 호텔 전용 디스플레이 AI 스피커 ‘기가지니 호텔’을 선보였다.

이용자는 기가지니 테이블TV로 영상을 감상하거나 화면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올레 tv’, 지니뮤직 등을 이용할 수 있고, 날씨 확인과 스케줄 관리 등이 가능하다. 집안의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화면을 터치해 조작하는 기능은 없다. 음성으로 명령어를 말하면 화면에 관련 정보가 나타난다.

앞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화면이 달린 AI 스피커를 내놨다. SK텔레콤이 이달 선보인 ‘누구 네모’는 음성뿐 아니라 화면 터치로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작년 레노버와 함께 화면이 있는 AI 스피커 ‘U+tv 프리’를 내놨다. 다음달에는 이보다 진화한 ‘U+AI 어벤져스’를 출시한다.

해외에서는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보는 AI 스피커’ 개발 경쟁을 벌여왔다. 세계 최초의 디스플레이 일체형 AI 스피커는 2017년 아마존이 선보인 ‘에코쇼’다. 이후 페이스북의 ‘포털’, 구글의 ‘구글 홈 허브’ 등이 속속 출시됐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2017년 25억2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이던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 규모가 2022년 87억1000만달러(약 1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포털과 가전 기업은 국내보다 규모가 큰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작년 구글과 손잡고 북미 시장에 ‘LG 엑스붐 AI 씽큐’를 내놨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도 지난 3월 일본에 디스플레이가 달린 ‘클로바 데스크’를 출시했다.

“시각 정보로 음성 보완”

업체들이 AI 스피커에 화면을 추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 시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 가며 정보를 습득하는 데 익숙하다. 음성 명령만으로 정보를 탐색·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김채희 KT AI 사업단장(상무)은 “음성 정보와 함께 시각 정보를 활용해 서로 보완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도 디스플레이형 AI 스피커가 더 유리하다. 예컨대 LG유플러스의 U+tv 프리와 KT의 기가지니 테이블TV를 통해 각사의 인터넷TV(IPTV)를 볼 수 있다. SK텔레콤 역시 IPTV 서비스를 자사 AI 스피커와 연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통신사들이 주목하는 건 ‘키즈’ 분야다. SK텔레콤은 누구 네모에 자사의 어린이용 콘텐츠 ‘oksusu 키즈 VoD’를 무료로 제공한다. KT도 기가지니 테이블TV에서 장면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핑크퐁 이야기극장’, 이용자의 목소리로 동화를 읽어주는 ‘내 목소리 동화’ 같은 어린이 전용 콘텐츠를 다음달 선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자 수요조사 결과에 기반해 어린이용 콘텐츠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