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올해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11조5000억원 감소한 170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이후 가장 낮다. 반도체(-3.1%) 자동차(-11.5%) 석유정제(-32.8%) 기계장비(-20.0%) 등 제조업 전(全)분야에서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업(-0.9%) 중견기업(-31.3%) 중소기업(-24.6%) 등 기업 규모별로도 모두 마이너스 행진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투자 절벽’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설] 모든 업종 설비투자 감소, 이보다 더 큰 위기신호는 없다
지난 1분기 한국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전분기 대비 -0.3%)으로 끌어내린 결정적인 원인도 전분기보다 10.8%나 줄어든 설비투자 급감이었다. 한은이 분석한 국내총생산(GDP)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에 따르면 설비투자 감소는 성장률을 0.9%포인트나 갉아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2.0%로 전망했던 한은이 0.4%로 낮춘 것은 투자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산은이 추정한 대로면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건 설비투자 감소가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겉도는 규제 개혁, 글로벌 흐름과 반대로 가는 법인세 인상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등이 겹치자 한국에 공장을 세울 이유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너도나도 ‘탈(脫)한국’에 나서고 있다. 지난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하는 등 지난해 3분기부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가 갖는 무게감은 다른 경제지표와 다르다. 설비투자가 살아나면 수출도 생산도 고용도 순풍을 탈 수 있지만, 반대로 설비투자가 급감하면 당장의 성장률이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몇 년간에 걸쳐 잠재성장률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2%대는 고사하고 1%대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어,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함정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에 미련을 가질 때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투자 회복’에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제도 규제도 노동정책도 그 방향에 맞게 손질해야 함은 물론이다. 경제정책의 일대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