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1분기 실적 발표일에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
대내외 불확실성에 '살얼음판'…靑·정부 종합지원에 '기대감'


삼성전자는 30일 '빅 뉴스' 2개를 동시에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총수' 1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최근 10분기 만에 최악 실적을 공시한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공식 선포한 것이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으로서는 '비보'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항소심 집행유예 석방 후 첫번째 실적 발표에서 예상을 깨고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지 1년 만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대부분 사업 부문에서 실적이 급격히 반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어서 삼성으로서는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시스템반도체도 확실한 1등할 것"…비메모리 '승부수'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굴기, 국내 경기 침체, 환율 변수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시계(視界) 제로(0)'의 상황이라는 게 삼성의 하소연이다.

더욱이 삼성 계열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형'인 데다 그룹을 총괄하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삼성 총수'가 된 이 부회장이 올초부터 본격적으로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오후에는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비(非)메모리 사업에 대한 비전도 내놨다.

지난 1월초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을 구체화한 선언이다.

특히 이재용 체제의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만들어낸 성과를 이어받아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위 종합반도체 기업'을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날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그동안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렸으나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이자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 데 꼭 필요한 동력"이라면서 "메모리에 이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용 "시스템반도체도 확실한 1등할 것"…비메모리 '승부수'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합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면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생태계 조성, 상생, 협력을 말씀하셨는데 늘 잊지 않겠다"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는 게 저의 개인적인 믿음"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점 육성 3대 산업'으로 선정하고 종합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비전에 힘을 실었다는 것은 삼성으로서는 '낭보'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날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언급한 뒤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현실에 맞닥뜨려 있다"면서 "이 부회장으로서는 갖가지 악재에 휩쓸려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느냐,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퀀텀 점프'의 계기를 찾느냐의 기로에 선 셈인데, 정부의 비메모리 산업 지원 방침은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