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헉! 네이버가 웹툰 상금 15억이나 걸었어?
웹툰·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업체들이 유망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콘텐츠를 얻기 위해 수억원의 상금을 앞다퉈 내걸었다. 발굴한 웹툰·웹소설이 영화·드라마 등으로 영상화하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아깝지 않은 선투자인 셈이다.

역대 최대 공모전 실시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웹툰은 총상금 15억원 규모의 웹툰·웹소설 공모전을 연다고 30일 발표했다. 5월 1일부터 시작되는 웹툰 공모전은 3기에 나눠 시기별로 오는 9월까지 이뤄진다. 매번 대상 1편 1억원 등 총 27개 작품에 6억6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웹소설 공모전은 로맨스, 무협 등 분야별로 네 번에 걸쳐 7월 말까지 이어진다. 역시 대상 1편 1억원 등 총 26개 작품에 8억4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수상작은 관련 콘텐츠 유통 서비스인 네이버웹툰과 네이버 시리즈에서 정식 연재된다. 총상금 15억원은 영화, 소설 등을 포함해 국내 콘텐츠 분야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웹소설 유통업체인 문피아도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와 ‘제5회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대전’을 하고 있다. 총상금 규모가 작년보다 두 배 늘어난 7억원에 이른다. 판타지·무협 부문과 로맨스 부문 모두 대상 수상자에게 각 1억2000만원을 준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11월 총상금 6억2000만원을 내걸고 웹소설 공모전을 열었다. 웹툰업체 레진엔터테인먼트도 매년 1억원 규모의 공모전을 개최한다.

관련 업체가 수억원을 걸고 공모전을 여는 것은 인기 콘텐츠 확보 때문이다. 인기 콘텐츠가 많을수록 회사 매출은 늘어난다. 인기 만화 ‘용비불패’는 전자책업체 리디북스가 유통했다가 네이버가 올 2월 독점유통 권한을 확보했다. 지난해 네이버에 연재한 웹툰 작가들의 연평균 수익은 2억2000만원에 달했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커진 것도 요인이다. 웹툰 시장은 2015년 4200억원에서 지난해 8800억원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100억원 수준에서 올해 43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국내 작품을 앞세운 레진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시장 매출을 지난해 105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이용자 수(MAU)는 올 1분기 5500만 명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900만 명 늘었다. 카카오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 서비스 픽코마의 MAU도 37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 대박나면 수익 껑충

네이버와 카카오가 관련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투자를 유지하는 것도 눈에 띈다. 네이버웹툰의 영업손실은 2017년 380억원에서 지난해 541억원으로 늘었다. 실적 대부분이 일본 웹툰 서비스에서 나오는 카카오재팬의 적자는 같은 기간 217억원에서 381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올 1월 네이버웹툰에 8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카카오도 지난해 5월 카카오재팬에 799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가 있지만 커지는 글로벌 웹툰 시장을 선점해 ‘플랫폼 효과’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기 웹툰, 웹소설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수익을 키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웹툰이 원작인 국내 영화 ‘신과 함께 1·2’의 수익은 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방영돼 인기를 끈 드라마 ‘김비서는 왜 그럴까’는 웹소설이 원작이다.

네이버는 웹툰 콘텐츠의 영상화 사업을 강화하려고 지난해 스튜디오N이라는 전문 자회사까지 설립했다. 카카오도 영상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기 위해 김성수 전 CJ ENM 대표를 콘텐츠 제작 전문 자회사 카카오M의 수장으로 영입했다. 두 업체는 올해 웹툰 등을 원작으로 한 영화·드라마 20여 개를 제작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