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제조업체입니다.”

중국 인터넷쇼핑몰 비야오상점에서 남성의류 항목을 클릭하면 제품 사진 밑에 ‘명품을 만든 회사’라는 설명이 뜬다. 말 그대로 해당 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는 공장에서 생산한 옷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가격은 500~600위안으로 한국 돈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명품 품질에 공장도 가격’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비야오상점이 지난해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창업자 멤버인 비셩이 2014년 설립한 비야오상점은 C2M(customer to manufacturer) 전자쇼핑몰이라는 콘셉트를 내걸었다. 해외 유명업체에 완제품을 납품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지만 독자 브랜드가 없고 마케팅 경험이 없는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캘빈클라인에 청바지를 납품하는 업체, 프랑스 명품 브랜드에 안경을 납품하는 업체 등 200여 곳이 25개 품목을 판매한다.

주문이 들어가면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고객이 제품을 받기까지 7~10일이 걸린다. 품목 하나에 수백~수천 개의 공급업체가 경쟁하는 알리바바, 징둥 등에 비해 구색도 덜 갖췄다. 하지만 높은 가성비가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 매출은 20억위안(약 3500억원)에 이르렀다. 올해 목표는 40억위안이다.

비야오상점이 C2M 쇼핑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는 제조업체의 피나는 노력이 있다. 해외 브랜드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았을 때 1~3개월이 소요된 작업 일정을 7일 안팎으로 줄여야 했다. 청바지 제조업체 바오파는 100m이던 기존 생산라인을 25m 단위로 쪼갰다. 근로자가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정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한 것이다. 여성의류 제조업체 한보는 근로자가 하루에 처리하는 작업을 한 가지에서 네 가지로 늘렸다. 근로자 숫자만큼 디스플레이 모니터도 달았다. 모니터에 새로운 지시가 올라오면 즉각 작업을 변경하는 식이다.

중국 경제주간 차이징은 “비야오상점의 C2M 플랫폼 실험은 단순히 인터넷 쇼핑몰을 넘어 중국 제조업 전반의 혁신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기술 및 생산 방식에 우위가 있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작업혁신을 통해 소비자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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