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마음 한편에 간직한 '비밀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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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김유림·오은경·이다희
詩 40편 담은 '대답 대신…' 출간
詩 40편 담은 '대답 대신…' 출간
‘넌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 난 비밀을 나눠 갖는 게 조금 그래/ 차라리 비를 나눠 가졌으면’(박은지의 ‘옥탑에게’ 중에서)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대답 대신 쏟아져 나온 비밀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겪어보지 못한 감정과 맞닿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래도 시가 간직한 비밀이 너무 멀리 있다고 느껴진다면 대답 대신 비밀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던 이의 눈동자를 상상해봐라.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박은지 시인을 비롯해 김유림, 오은경, 이다희 등 등단 5년차 미만, 만 35세 이하 젊은 시인 네 명이 ‘순간’을 주제로 한 40편의 시를 담은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은행나무)를 내놨다.
시인들은 봄이 새롭고 설레는 이유를 만물이 약동하는 ‘순간’ 때문이라고 규정짓고, 각자 찰나로 흘러가는 이 계절을 살아내는 비밀을 시로 표현했다. 이들이 풀어낸 ‘순간의 비밀’은 각각 다른 색과 온도로 드러난다. 평생 비밀처럼 간직한 순간이거나, 순간적으로 목격하거나 오래 관찰한 비밀이다.
김유림 시인은 담양, 경주, 속초를 걸으며 ‘걷는 세상과 걷지 않는 세상으로 양분돼’(시 ‘트랙1’ 중) 있는 세계에서 일탈을 경험하는 ‘여정의 순간’을 보여준다. 오은경 시인은 ‘건물은 흔들릴 때마다 연인들을 괴롭게’(‘지진’ 중) 하는 ‘각인의 순간’을 포착한다.
평론가 해제가 붙는 여타 시집과 달리 이 시집은 시를 통해 포착했던 ‘순간’을 찾기 위한 시인들의 실제 과정과 경험들을 ‘시인의 말’이라는 제목의 짧은 에세이로 보여준다.
박 시인은 ‘울음동맹’을 통해 “함께 울면 외롭지 않다고, 그 눈물의 힘으로 오늘을 바꿔나간다면 내일을 꿈꾸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다희 시인은 사춘기 시절 마음의 위로를 해줬지만 끝내 익숙한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신해철이란 인물을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 ‘시인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본 뒤 다시 시를 읽으면 젊은 시인들이 어떻게 새로운 순간들을 만났고 또 저마다의 비밀스러운 순간을 찾았는지 깨닫게 된다.
박 시인은 “그림자 깊숙이 숨겨온 비밀이 자신도 모르게 대답 대신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시가 될 수 있다”며 “각자 감춰둔 비밀을 떠올리다 보면 비밀이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대답 대신 쏟아져 나온 비밀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겪어보지 못한 감정과 맞닿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래도 시가 간직한 비밀이 너무 멀리 있다고 느껴진다면 대답 대신 비밀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던 이의 눈동자를 상상해봐라.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박은지 시인을 비롯해 김유림, 오은경, 이다희 등 등단 5년차 미만, 만 35세 이하 젊은 시인 네 명이 ‘순간’을 주제로 한 40편의 시를 담은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은행나무)를 내놨다.
시인들은 봄이 새롭고 설레는 이유를 만물이 약동하는 ‘순간’ 때문이라고 규정짓고, 각자 찰나로 흘러가는 이 계절을 살아내는 비밀을 시로 표현했다. 이들이 풀어낸 ‘순간의 비밀’은 각각 다른 색과 온도로 드러난다. 평생 비밀처럼 간직한 순간이거나, 순간적으로 목격하거나 오래 관찰한 비밀이다.
김유림 시인은 담양, 경주, 속초를 걸으며 ‘걷는 세상과 걷지 않는 세상으로 양분돼’(시 ‘트랙1’ 중) 있는 세계에서 일탈을 경험하는 ‘여정의 순간’을 보여준다. 오은경 시인은 ‘건물은 흔들릴 때마다 연인들을 괴롭게’(‘지진’ 중) 하는 ‘각인의 순간’을 포착한다.
평론가 해제가 붙는 여타 시집과 달리 이 시집은 시를 통해 포착했던 ‘순간’을 찾기 위한 시인들의 실제 과정과 경험들을 ‘시인의 말’이라는 제목의 짧은 에세이로 보여준다.
박 시인은 ‘울음동맹’을 통해 “함께 울면 외롭지 않다고, 그 눈물의 힘으로 오늘을 바꿔나간다면 내일을 꿈꾸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다희 시인은 사춘기 시절 마음의 위로를 해줬지만 끝내 익숙한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신해철이란 인물을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 ‘시인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본 뒤 다시 시를 읽으면 젊은 시인들이 어떻게 새로운 순간들을 만났고 또 저마다의 비밀스러운 순간을 찾았는지 깨닫게 된다.
박 시인은 “그림자 깊숙이 숨겨온 비밀이 자신도 모르게 대답 대신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시가 될 수 있다”며 “각자 감춰둔 비밀을 떠올리다 보면 비밀이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