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종교발전포럼 세워
윤영달·이방주 등 기업인도 참여
아침 2시간 강연 듣고 열띤 토론
'모든 종교 한길로 통한다' 깨달음
‘한국종교발전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재갑 한국세포주연구재단 이사장(71·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사진)은 “종교학자 윌리엄 밀러는 ‘한 가지 종교만 아는 건 종교를 모르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며 “여러 종교를 공부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포럼이 벌써 95번째까지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박 이사장은 국내 대장암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그는 국립암센터와 국립중앙의료원의 초대 원장을 각각 지냈다.
“제 부친은 전통적인 유교 집안의 가장이셨죠. 모친은 기독교 재단 학교를 졸업하셨고요. 아내는 천주교 신자지만 저는 무교입니다. 저희 집안만 해도 믿는 종교가 다 다른데 수많은 종교를 공부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이사장이 본격적으로 종교에 관심을 둔 건 2009년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 입학하면서다. 그는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고 느껴 유학대학원에 들어갔다”며 “유학을 포함해 다른 종교까지 폭넓게 접하기 위해 2009년 12월 정식으로 포럼을 만들었다”고 했다.
포럼에서 다루는 종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동학, 무교, 통일교, 이슬람교 등으로 다양하다. 매달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주요 교리와 경전을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다. 7월과 12월을 제외하고 매달, 1년에 열 번가량 포럼을 연다.
한국종교발전포럼 회원은 160여 명까지 늘어났다. 박 이사장의 제자들은 물론 이방주 제이알투자운용 회장,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 이시원 부천 회장 등 기업인들도 포럼을 자주 찾는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등 교육계 인사들도 있다. 박 이사장은 “종교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사회 리더라면 누구나 종교에 관심을 갖는다”며 “선교 목적 없이 종교를 접하니 편한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목사가 평생 새길 만한 구절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황금률’을 추천했습니다. 스님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지니 논어 위령공의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을 알려줬죠. 서로 달라 보여도 ‘모든 종교는 한 길로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