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들이 아파트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려고 운영하는 ‘샘플 가구’를 입주민 동의 없이 정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파트 샘플 가구를 지정할 때 입주 예정자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한 약관을 운영한 열 개 건설사에 자진 시정하도록 했다고 30일 밝혔다. 샘플 가구는 아파트 내장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품질과 진행 상황 등을 건설사 직원들이 확인하기 위해 주택형별로 저층의 한 가구를 지정해 미리 인테리어를 하는 가구다. 사람이 드나들면서 흠집이 나기도 한다. 사전 동의를 받지 않으니 입주자는 자신의 새집이 샘플 가구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다 흠집 때문에 재시공 받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사례도 있다. 물론 입주 전 하자가 발견되면 건설사가 수선하게 돼 있지만, 이들 건설사는 샘플 가구 운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보수 등 사후관리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다. 공정위는 “약관은 소비자 권리를 타당한 이유 없이 배제 또는 제한하고 합당한 이유 없이 계약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게 한 조항이어서 무효”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조사 과정에서 모두 불공정 약관을 고쳤다. 건설사들은 약관에 ‘일부 가구는 수분양자의 동의를 얻어 샘플 가구로 사용될 수 있다’ ‘샘플 가구 운영으로 인해 발생한 마감재의 파손, 훼손은 준공 전 보수 또는 재시공해 인도한다’ 등의 내용을 넣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