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삼성전기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인수한다. 패키징 능력을 키워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보호하는 물질을 씌운 뒤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후공정 작업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기의 패널 레벨 패키지(PLP) 사업을 삼성전자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양도 금액은 7850억원이다. 600명의 삼성전기 PLP 사업팀 인력은 6월 1일자로 소속을 옮길 예정이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사업 품는 삼성전자…"세계 1위 TSMC 따라잡는다"
삼성전기 PLP 사업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출신인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이 취임 후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신사업이다. 스마트폰이 점점 작아지면서 반도체 크기도 그만큼 작고 얇아지는 게 추세였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인 패키징 과정에서 제품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사장은 패키징 시장에서 기회를 찾았다. 삼성전기 최고경영자(CEO)가 된 2015년부터 패키징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지금까지 PLP 사업에 5000억~6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6월 갤럭시워치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휴대폰용 중앙처리장치)에 팬아웃(fan out) PLP 공정을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팬아웃 PLP는 반도체 패키징 중에서도 최첨단 기술로 꼽힌다. 인쇄회로기판(PCB) 없이도 패키징이 가능해 반도체 완제품이 크게 얇아진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부문에는 팬아웃 PLP 기술이 절실했다. TSMC가 2015년부터 비슷한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이 나눠서 생산하던 애플 아이폰용 AP 물량을 2015년 TSMC에 모두 빼앗긴 것도 팬아웃 기술의 영향이 컸다. TSMC가 관련 기술을 적용하면서 아이폰 두께는 획기적으로 얇아졌다.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에 PLP 사업 양도를 요청한 배경이다.

삼성전기는 PLP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앞으로도 수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양도를 결정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과의 시너지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5G 통신모듈 등 성장 사업에 투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