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유지권' 발동…패스트트랙 강행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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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강력 반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9일 선거제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최장 330일 뒤에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게 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밤 각각 전체 회의를 열어 이들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하기로 한 지 1주일 만이다. 정개특위는 전체 18명의 특위 위원 중 12명이, 사개특위는 18명 중 11명이 패스트트랙에 찬성해 의결 요건(재적 위원 5분의 3 찬성)이 충족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친유승민)계는 막판까지 두 특위 회의 개최를 육탄 저지했으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는 데 실패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을 비롯한 범좌파 연합이 대한민국 헌법 사상 초유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선거제 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기까진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지역구가 사라지는 의원들의 반발, 범여권 연대에 대한 여론의 추이, 각 당의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여야 4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거세질 수 있다. 한국당 육탄저지 나섰지만…사개·정개특위, 회의장 기습 변경 후 표결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29일 일단락됐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패스트트랙 합의문’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패스트트랙 처리가 전격 의결되면서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4당 합의 1주일 만에 패스트트랙 지정
‘패스트트랙 4법’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이날 밤늦게 이들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했다. 정개특위는 전체 18명의 특위 위원 중 12명이, 사개특위는 18명 중 11명이 찬성표를 던져 의결정족수(전체 위원 5분의 3)가 충족됐다.
두 특위는 당초 오후 10시에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의 직전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 패스트트랙 상정 관련 의원총회를 소집한 데다 한국당이 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회의장 앞을 가로막으면서 개의가 계속 늦어졌다. 한국당 의원 수십 명은 특위 회의장인 국회 본청 220호와 445호 앞에 줄지어 앉아 여야 4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1, 2차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양측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에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과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회의 장소를 각각 507호와 604호로 바꿨다. 10시40분께 두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시켰다. 정개특위는 10시50분께, 사개특위는 10시52분께 각각 회의를 열었다. 특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연달아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사개특위 위원 교체와 회의 장소 변경에 대한 항의가 주된 내용이었다. 다만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태에서도 국회 경위들이 한국당 관계자들을 강제 퇴장시키지는 않았다.
사개특위는 11시53분에, 정개특위는 밤 12시를 넘겨 회의 차수를 변경한 뒤 30일 오전 12시30분에 패스트트랙 지정을 전격 의결했다. 바른미래당 돌발 제안에 4당 공조 깨질 뻔
정치권에선 오후 5시까지만 해도 패스트트랙 추진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패스트트랙 상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 오후 1시 기존 여야 4당 합의를 깨고 새로운 공수처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미 제출된 여야 합의안과 함께 두 개 법안을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다”며 “민주당 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패스트트랙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민주평화당이 “패스트트랙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면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가 깨질 위기에 놓였다. 평화당은 만약 두 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동시 상정되면 사개특위 위원인 박지원 의원을 특위 회의에 불참시키겠다고도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장 원내대표를 찾아가 설득 작업을 벌였다. 평화당, 바른미래당 제안 막판 수용
평화당은 이날 오후 9시 긴급 의총을 열고 바른미래당 제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평화당은 선거제가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상정을 반대하기 어렵다”며 “막판 캐스팅보터 역할을 맡아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국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점에서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선거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이어 “추후 논의 과정에서 단일안(案)을 만드는 것을 전제로 공조 대열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날 대표발의한 공수처 설치·운영법은 여야 4당이 지난 25일 합의한 민주당 안과 비교해 크게 네 가지가 다르다. 먼저 기관명부터가 민주당 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바른미래당 안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다. 권 의원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여야 합의안의 ‘고위공직자 범죄 전반’에서 ‘부패 범죄’로 구체화했기 때문에 기관명도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안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한 기소 권한을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기소심의위원회’에 두도록 규정했다.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수처 인사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공수처장이 갖도록 했다.
공수처 법안과 선거제 개편안은 최장 330일 뒤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여야 4당은 최대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180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kyung.com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밤 각각 전체 회의를 열어 이들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하기로 한 지 1주일 만이다. 정개특위는 전체 18명의 특위 위원 중 12명이, 사개특위는 18명 중 11명이 패스트트랙에 찬성해 의결 요건(재적 위원 5분의 3 찬성)이 충족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친유승민)계는 막판까지 두 특위 회의 개최를 육탄 저지했으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는 데 실패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을 비롯한 범좌파 연합이 대한민국 헌법 사상 초유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선거제 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기까진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지역구가 사라지는 의원들의 반발, 범여권 연대에 대한 여론의 추이, 각 당의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여야 4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거세질 수 있다. 한국당 육탄저지 나섰지만…사개·정개특위, 회의장 기습 변경 후 표결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29일 일단락됐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패스트트랙 합의문’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패스트트랙 처리가 전격 의결되면서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4당 합의 1주일 만에 패스트트랙 지정
‘패스트트랙 4법’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이날 밤늦게 이들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했다. 정개특위는 전체 18명의 특위 위원 중 12명이, 사개특위는 18명 중 11명이 찬성표를 던져 의결정족수(전체 위원 5분의 3)가 충족됐다.
두 특위는 당초 오후 10시에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의 직전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 패스트트랙 상정 관련 의원총회를 소집한 데다 한국당이 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회의장 앞을 가로막으면서 개의가 계속 늦어졌다. 한국당 의원 수십 명은 특위 회의장인 국회 본청 220호와 445호 앞에 줄지어 앉아 여야 4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1, 2차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양측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에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과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회의 장소를 각각 507호와 604호로 바꿨다. 10시40분께 두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시켰다. 정개특위는 10시50분께, 사개특위는 10시52분께 각각 회의를 열었다. 특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연달아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사개특위 위원 교체와 회의 장소 변경에 대한 항의가 주된 내용이었다. 다만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태에서도 국회 경위들이 한국당 관계자들을 강제 퇴장시키지는 않았다.
사개특위는 11시53분에, 정개특위는 밤 12시를 넘겨 회의 차수를 변경한 뒤 30일 오전 12시30분에 패스트트랙 지정을 전격 의결했다. 바른미래당 돌발 제안에 4당 공조 깨질 뻔
정치권에선 오후 5시까지만 해도 패스트트랙 추진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패스트트랙 상정의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 오후 1시 기존 여야 4당 합의를 깨고 새로운 공수처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미 제출된 여야 합의안과 함께 두 개 법안을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다”며 “민주당 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패스트트랙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민주평화당이 “패스트트랙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면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가 깨질 위기에 놓였다. 평화당은 만약 두 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동시 상정되면 사개특위 위원인 박지원 의원을 특위 회의에 불참시키겠다고도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장 원내대표를 찾아가 설득 작업을 벌였다. 평화당, 바른미래당 제안 막판 수용
평화당은 이날 오후 9시 긴급 의총을 열고 바른미래당 제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평화당은 선거제가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상정을 반대하기 어렵다”며 “막판 캐스팅보터 역할을 맡아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국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점에서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선거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이어 “추후 논의 과정에서 단일안(案)을 만드는 것을 전제로 공조 대열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날 대표발의한 공수처 설치·운영법은 여야 4당이 지난 25일 합의한 민주당 안과 비교해 크게 네 가지가 다르다. 먼저 기관명부터가 민주당 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바른미래당 안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다. 권 의원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여야 합의안의 ‘고위공직자 범죄 전반’에서 ‘부패 범죄’로 구체화했기 때문에 기관명도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안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한 기소 권한을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기소심의위원회’에 두도록 규정했다.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수처 인사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공수처장이 갖도록 했다.
공수처 법안과 선거제 개편안은 최장 330일 뒤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여야 4당은 최대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180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kyung.com